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예고한 국민연금이 최근 글로벌 K팝 팬덤의 대규모 항의에 홍역을 치렀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획사 하이브의 소속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의 멤버가 탈퇴하자 국민연금 해외 사무소에 항의성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진 까닭에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민연금공단 국제연금지원센터는 단기간 해외 전화와 이메일이 몰려 업무가 일시 마비됐다.
김성주 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해외 전화가 한꺼번에 걸려왔고, 이메일은 두 시간에 약 1500통이 몰렸다"며 "어찌된 일이지 들어보니 K팝 그룹 엔하이픈의 멤버 탈퇴 문제와 관련해 해외 팬들이 항의 전화를 하자는 글이 퍼졌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엔하이픈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 소속된 그룹이다. 2020년 데뷔해 금투업계에선 상대적으로 고연차 그룹으로 분류한다. 엔하이픈은 지난 10일 멤버 희승이 솔로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탈퇴하면서 6인조로 재편됐다.
일부 해외 팬덤은 희승의 탈퇴를 놓고 하이브와 빌리프랩 등을 압박하자며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항의 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작년 3분기 기준 하이브 주식 7.5%를 보유하고 있다. 방시혁 창업자와 넷마블에 이은 3대 주주다.
김 이사장은 "'하이브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 이 결정으로 손실된 시장의 가치를 알고 있는지 국민연금에 항의하자'는 내용과 함께 국제연금지원센터 상담번호 화면을 캡쳐해 올린 글이 SNS 서비스 X(옛 트위터)에 게시됐다"며 "이번 일로 인해 연금 상담을 위해 전화하는 분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국제연금지원센터는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이나 한국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연금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을 할 수 있는 직원들이 연금 상담을 해주는 게 주요 업무다.
김 이사장은 이번 일에 대해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장기 투자자로, 개별 기업의 경영이나 인사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당연히 K팝 그룹의 결성과 멤버 구성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하나의 해프닝이었지만 국민연금이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