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원유 협력에 나선다. 일본의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이 알래스카 등에서 원유를 증산하고, 이를 일본이 수입해 비축하는 방식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난을 맞아 일본은 조달처를 다각화하고 미국은 원유 수출을 늘리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미·일 정부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 맞춰 원유 협력에 합의할 방침이다. 지금은 원유의 90%를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의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는 지난해 미·일 관세 합의에 따른 5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연장선이다. 요미우리는 “투자액 등은 향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투자처로는 알래스카 유전이 유력시된다”고 전했다. 미국 본토 셰일 유전도 후보로 거론된다. 일본이 알래스카에서 원유를 수송하면 중동보다 1주일가량 운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상 의의가 크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성 부족 등의 문제가 지적된 알래스카 유전 투자가 지정학 위기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미국도 자국산 원유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알래스카산 원유는 대부분 미국에 공급된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변신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생산을 더 늘릴 방침이다. 일본을 안정적 수요처로 확보하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미국산 원유의 일본 내 비축분은 다른 나라에 판매할 수도 있어 아시아 국가에 대한 공급 거점이 될 전망이다. 양국은 아울러 ‘미·일 중요 광물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희토류, 리튬, 구리 공동 개발에 합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일본 자위대 함정 파견 등 중동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전쟁 포기 조항’을 담은 평화헌법을 고려했을 때 전투가 진행 중인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지만, 법적 테두리에서 미국을 지원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아베 신조 전 내각이 2020년에 한 것처럼 ‘조사·연구’ 명목으로 자위대를 중동 지역에 보내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정전이 확실히 이뤄지는 것이 조건”이라며 당장은 호위함을 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