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엥겔계수가 지난해 30.3%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한경이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1994년(30.0%) 후 줄곧 20%대를 유지하다가 31년 만에 다시 30%대로 올라갔다. 엥겔계수는 총지출 중 식료품비(외식비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독일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1857년 “저소득 가계일수록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그 비중이 작다”는 ‘엥겔의 법칙’을 발표한 후 생활 수준을 간접적으로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엥겔계수는 가난한 나라일수록 높고, 선진국일수록 낮은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줄곧 그런 흐름을 밟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역주행 현상이 나타났다. 2002년 26.7%로 떨어진 엥겔계수는 2019년 27.8%로 반등하고 2022년 29.9%까지 상승했다. 외식과 배달이 일상화되고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소득과 소비 지출 증가세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하며 상대적으로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커진 탓도 크다. 계층 이동 단절과 같은 사회구조 변화가 청년들의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행태를 만들어 엥겔계수를 끌어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엥겔계수가 30%대를 기록했다고 해서 우리 국민이 가난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기 부진에 소득과 소비는 움츠러드는데, 고물가에 식비 지출만 빠르게 늘어나는 지금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지표 역시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가구 소득은 3.4% 증가했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자 비용 등 비소비 지출이 5.7% 늘어나 처분가능소득은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3%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국민에게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