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진통 끝에 검찰개혁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그 과정을 둘러싸고 18일 당청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등 잡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교감을 강조하며 ‘이심정심(李心鄭心)’을 내세워 진화에 나섰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권 범위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형국이다. ◇불거진 ‘패싱’ 논란정 대표는 이날 경남 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 지지층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을 의심하지 말고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안과 당론이 두 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후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방패막이로 나선 모양새다.
정 대표는 진주로 내려가기 직전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난 한 주간의 당청 조율 과정 후일담을 공개했다.
최근 해당 방송에서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대가로 검찰 권한 일부를 유지하는 정부안이 도출됐다’는 이른바 ‘거래설’이 제기되며 당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데도 정 대표는 당 대표 취임 후 첫 출연을 강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 입건 시 공소청에 통지하도록 한 중수청법 정부안 제45조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측의) 통편집”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논의 과정에서 (검찰 출신 인사를) 차단했다. 전혀 입김이 작용할 수 없게 (했다)”며 검찰 출신인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과는 소통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홍익표 정무수석을 거론하며 “(합의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가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정무수석과 민정수석이 함께 협의했다”고 즉각 반박해 여권 내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정 대표는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추미애 의원(위원장), 김용민 의원(간사) 등 핵심 인사만 추려 청와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검찰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을 따로 만나 각 조항의 함의를 자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소수 중심의 논의 구조 탓에 한정애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당내 주요 당직자는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법안 수정 과정에서 당 관리가 매끄럽지 못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지선 이후 2차전 예고검찰개혁 법안은 이날 범여권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번 당청 합의안은 민주당 강경파 의견이 대거 반영됐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가 남아 있어 더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수사 공백 방지 등을 이유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거론해 왔지만, 당내 강경파는 완전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도 남겨 놓으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보완수사권은 사실상 직접수사권”이라며 “제한적인 수사가 무분별하게 확대돼도 이를 통제할 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지방선거 이후 당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창/진주=하지은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