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8일 오후 4시 29분
정부가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된 모자회사 동시상장(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일반주주 동의 여부, 국내 상장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인 경우는 자회사 상장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일반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알토란 주식을 샀는데 알맹이는 쏙 빠지고 껍데기만 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물적·인적분할 후 상장뿐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중복상장 심사 대상을 정할 방침이다. 상장회사의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상장회사의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중복상장으로 본다.
심사 기준은 상장 필요성과 주주 소통, 일반주주 보호, 영업의 독립성, 경영의 독립성 등이다. 2분기에 업계 의견을 수렴해 세부 기준을 확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쏠려 있다. 모든 자회사의 상장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기업의 투자 동력이 위축될 소지가 크다.
금융당국은 소액주주 동의가 있거나 국내에 상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등 명분이 뚜렷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 경제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 분야이거나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하는 산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외 업종에 해당하더라도 모회사 이사회의 동의는 필수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 충실의무가 명문화된 만큼 자회사 상장에 동의한 이사들이 향후 주주 손실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이런 원칙은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거래소 심사만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해외 상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로 규제 사각지대를 보완할 계획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