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범용 인공지능(AI)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리걸테크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국내 업체와의 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MI에 따르면 세계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2억달러(약 43조원)로 추정된다. 분야별로는 계약 생애주기 관리(CLM)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AI·머신러닝 기반 분석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문서 업무를 AI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문서 자동화와 CLM이 리걸테크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장에 글로벌 범용 AI가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 앤스로픽은 클로드를 앞세워 기업 법무·CLM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국내 스타트업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위협론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법률 전문 AI 업체 하비도 국내 법무 시장에 상륙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는 클로드를 검토했다가 결국 하비 AI를 선택해 해외 법무 분야에 도입했고 법무법인 세종도 계약서 초안 작성, 실사 자료 분석에 하비를 활용 중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하비 AI 도입 후 업무 속도가 20~30% 빨라졌다”고 밝혔다.
국내 리걸테크 업체는 ‘로컬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BHSN은 계약법무 특화 솔루션 ‘앨리비 CLM 코어’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며 계약서 리스크 분석, 갱신·만료 일정 자동 관리, 사내 정책 반영 표준계약서 생성 기능을 강화했다. 법무법인 율촌과 공동 개발한 폐쇄형 법률 AI ‘아이율’도 실무 적용을 시작했다.
‘슈퍼로이어’를 운영 중인 로앤컴퍼니는 데이터 경쟁력을 내세운다. 국내 판례 500만 건 및 박영사·법문사 등 주요 법률 출판사와 독점 계약한 데이터, 한국 법률 체계에 특화한 독자 아키텍처가 핵심이다. 지난해 변호사시험 선택형 문항 테스트에서 클로드 등 범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합격선을 넘지 못한 반면 슈퍼로이어는 상위 5% 성적을 기록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기능이 영미법 중심이라 한국 법률 실무에 특화한 슈퍼로이어와 타깃 시장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