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구조인 도시정비 관련 법안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국내 건설업이 규제 중첩, 산업 가치 실종, 기술·시장·상품 혁신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이런 내용(주택·도시, 재탄생 전략)을 담은 ‘건설 재탄생 2.0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자의 공통 화두는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었다. 이태희 건산연 연구원은 “한국 도시정책은 경제 팽창기에 만들어진 여러 제도를 덧대왔고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문 정비사업을 연구하는 박사조차 ‘공공 정비사업이 너무 유사해 그 차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라며 “도시정비법, 소규모정비법, 도시재정비촉진법, 도심복합개발지원법, 노후계획도시정비법, 집합건축물법 등 중복 제도를 통합해 노후 도심 관리 기본법(가칭)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첩된 제도는 주택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의 자체 분석 결과, 지난해 수도권 주택 인허가 대비 착공률은 74.9%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에 따른 사업성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수도권 공급 병목 현상을 불렀다”며 “인허가 건수는 많지만 공급은 막힌 착시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선분양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애주기 맞춤형 주거 서비스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입주 이후에도 관리·수선·커뮤니티·돌봄 서비스를 통해 지속 수익을 창출하는 등 현장·시공·분양 중심 전통적 주택산업 구조를 데이터·기술 기반 첨단 생산체계와 전 생애 주기 서비스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지된 것 외엔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 인허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건산연은 다음달 7일에는 ‘건설 AI 대전환’을 주제로 ‘건설 재탄생 2.0’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주택·도시 분야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핵심 영역임에도 그동안 단기적 대책이나 경험적 판단에 의존해 왔다”며 “세미나가 부동산 시장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건설 생태계를 조성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