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호산동 파호초를 졸업한 직장인 김모씨는 모교가 올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가 재학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학생 수가 많아 운동장을 줄이고 교실을 증축할 정도였다. 그는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는다니 씁쓸하다”며 “농촌이 아닌 도시 지역에서까지 폐교 사례가 나온다는 점도 놀랍다”고 말했다.
저출생 영향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전국적으로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올해 문을 닫은 학교는 전국에서 총 55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8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북(8곳) 충남(6곳) 전남·경남(각 5곳) 대구(4곳) 부산·경기(각 3곳) 강원(2곳) 충북(1곳) 순이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적지 않아 향후 폐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는 200곳으로, 5년 전(120곳)과 비교하면 66.7%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나는 서울에서도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나왔다. 서울에서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 개축 등의 사유로 매년 4~5곳의 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없었지만, 정상 운영 중인 학교에서 신입생이 0명인 사례가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서울교육청은 시내 학생수가 지난해 74만명에서 2031년 53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학교 이전적지·폐교 활용 5개년 전략계획(2026~2030)’을 이날 발표했다. 여기에는 폐교를 더욱 신속하게 활용하기 위한 실무 가이드라인도 담겼다. 폐교 발생부터 활용 결정, 주민 의견 수렴, 관계기관 협의, 개관까지의 과정을 표준화해 폐교가 방치되는 일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교육청이 폐교 활용과 관련해 중장기 계획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역별 사용 목적도 제시했다. 시교육청은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특성에 따라 특수학교(동북·서남권), 체육·문화(서북권), 심리정서 지원(동남권), 도서관(도심권)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2020년 폐교한 서울 강서구 공진중은 올해 생태환경교육공간으로, 2024년 폐교한 서울 성수공고는 2029년 특수학교로 탈바꿈한다.
다만 폐교 활용 방향이 여전히 교육 목적 위주로 설계돼 있어 활용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폐교활용법상 폐교 활용 용도는 교육·복지·문화·체육시설 등으로 제한돼 있어 주민 수요가 큰 상업·복합 커뮤니티 시설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폐교 재산의 활용 범위가 주민공동이용시설과 통합지원시설 등으로 넓어져 주민 커뮤니티센터와 돌봄·복지 복합거점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