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대학시절 단편 영화 등 아시아의 실험 영화와 비디오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19일부터 9월 27일까지 복합전시2관에서 'ACC 필름앤비디오-아시아의 장치들' 전시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ACC는 이번 전시에서 2015년 개관 후 꾸준히 수집·연구하고 제작해 온 아시아 실험영화와 비디오아트 작품 및 신작들을 공개한다.
아시아 실험영화 감독 및 영상작가 31명이 참여해 총 64개의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ACC가 개관한 이후 최대 규모의 영화 전시다.
전시 제목의 '장치(Apparatus)'는 카메라와 스크린, 영사기 등 영화의 움직임을 작동하게 하는 기계 장치를 말하면서도 영화를 보거나 만들 때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며 꿈꾸는 듯한 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장치'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시아 각 지역의 역사와 사건들을 카메라로 포착하고 작가의 미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상영된다.
ACC는 전시관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복합전시2관에 상시 설치돼 있는 3층의 원형 구조물을 '시네마 빌리지'로 조성해 아시아 각 지역의 역사, 사회 속 부조리와 아픔 그리고 제도 바깥의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채워냈다.
시네마 빌리지 입구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관객을 대형 행사장으로 유도하는 느낌을 줬다.
1층의 원형 구조물에서 시작하는 전시 도입부는 아시아 여성의 서사에서 출발한다.
역사에서 소외돼 온 여성들의 경험과 기억을 불러내 그들의 목소리와 시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란 출신인 마리암 타파코리 감독은 '마스트-델'을 통해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여성의 억눌린 감정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이 대학 시절 제작한 영화 '백색인'(18분)과 광주의 명소인 광주극장 상영관을 재현한 장소도 만나볼 수 있다.
2층에선 아시아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사회의 일면이 펼쳐진다.
김경묵 감독은 자신이 겪은 감옥에서의 독방 생활 경험을 관객이 가상현실(VR) 기기로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관객은 2층의 여러 공간을 지나며 개인의 삶과 사회적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풍경을 경험한다.
3층에 이르면 전망대처럼 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거대한 와이드 스크린에서는 도시 속 타워크레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과 5·18민주화운동을 포함한 80년대의 한국 사회 풍경을 담은 작품을 교차 상영해 한국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미완의 역사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성과는 한국 최초의 여성 실험영화 집단 '카이두 클럽'을 이끈 한옥희 감독의 미공개작 발굴 및 복원이다.
ACC는 지난해 한 감독의 자택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50여 년간 잠들어 있던 1975년작 '세 개의 거울'의 원본 필름을 찾았다.
세 개의 거울은 독일문화원에서 상영했다는 기록만 있고 이후 현재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ACC는 기존에 수집한 5편을 포함해 총 6편의 필름을 정교하게 복원했으며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가 융복합예술기관으로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아시아 문화예술의 창으로서 아시아 예술이 보여주는 실험과 도전에 나서고, 이를 시민과 나눌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