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소 등에 설치된 ATM을 이용해 반복 출금으로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은행에 손해를 입힌 사건에서 대법원이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9일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사건은 인터넷은행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악용해 실제 필요 없는 거래를 반복해 수수료를 발생시킨 행위가 사기 및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ATM 운영사인 VAN(Value Added Network) 업체 'ATM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고객이 ATM을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경우 1회당 1020원, 계좌이체 시 85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자사 체크카드 이용 고객에게는 ATM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운영했다.
피고인들은 안마시술소 및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면서 해당 업소에 ATM플러스의 ATM 기기를 설치한 가맹점주들로, 2018년 5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이용해 약 8000~1만 회에 걸쳐 현금 인출을 반복했다.
이들은 실제 현금이 필요한 거래가 아니라 수수료 정산 구조를 이용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출금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는 ATM플러스에 약 800만~1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했고, VAN사는 동일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
1, 2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가장해 은행의 정산업무를 방해했고, 은행 직원이 이를 정상 거래로 오인하도록 만들어 수수료를 지급하게 했다는 점에서 사기죄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모두 성립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가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를 통해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렸다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업무방해죄는 실제 업무 방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업무의 공정성과 적정성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반복적인 출금 행위가 은행의 정산 시스템을 왜곡하고, 이를 정상 거래로 인식한 담당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수수료 지급이라는 재산적 처분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수수료 면제 정책을 역이용해 인위적으로 거래를 반복한 경우에도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