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벨트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15억원 이하 단지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출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한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다 보니,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를 거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폭등하는 전세가에 등 떠밀린 실수요자들이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며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공사비입니다. 최근 3년 사이 공사비는 이미 50% 이상 급등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이란 전쟁 여파와 지난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공사비를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50% 상승할 때 국내 건설 생산 비용은 1.06% 오르며, 특히 도로 시설(2.93%)과 도시 토목(2.76%) 등 아파트 단지 내 기반 공사 비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국제 유가가 10%만 올라도 건설 현장 중장비의 핵심 연료인 경유 가격이 요동치며 전체 파급효과의 35.2%를 차지하게 됩니다. 레미콘(8.5%), 아스콘(8.4%), 물류비(4.2%) 등이 줄줄이 인상되는 구조입니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돼 석유 시설이 파괴된다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그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국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원청의 하청 노동자 책임이 강화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공기 지연과 인건비 상승 압박이 커졌습니다. 이미 미국은 하청(Subcon)이 원청(Geneco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는데, 우리도 그 길을 가고 있는 셈입니다.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가세하며 현장 안전 강화에 따른 공기 지연과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산안법상 연간 3명 이상 사망 시 영업이익의 5% 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규제는 결국 분양가 폭등으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 확실시되는 이유입니다.
현재 시장은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시행을 앞두고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다만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15억원 이하 매물은 노도강과 금관구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기록하며 소진되고 있습니다. 갭투자를 통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지금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전쟁이 끝나도 공사비 인상분은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고, 재개발·재건축 포기 사례가 늘어나면 내 집 마련의 문턱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5월 9일이 지나면 매물은 다시 잠기고 갭투자마저 막히게 됩니다. 기준금리의 향방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까지 고려한다면 이사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4월 초급매를 기다리다가는 정작 좋은 매물을 놓칠 수 있습니다. 노도강, 금관구, 혹은 경기도 내 직주근접 지역을 중심으로 지금 움직여야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좋은 매물은 언제나 먼저 소진됩니다. 지금 내 집을 마련하셔야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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