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슈퍼주총…역대급 주주환원 속 경영권 방어 고심

입력 2026-03-17 17:52
수정 2026-03-18 00:46
16조원어치 자사주 소각(삼성전자), 렌터카 사업 본격 진출(현대자동차), 현금배당 확대(한미사이언스)….

국내 주요 상장사 200여 곳이 참여하는 ‘슈퍼 주총 위크’가 1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주주총회의 화두는 단연 상법개정이다. 일반 주주의 권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 공포 후 처음 열리는 주총인 만큼 상당수 기업은 역대급 규모 자사주 소각, 현금 배당 확대 등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동시에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에 따른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사 임기 유연화하는 기업들현대모비스는 이날 국내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총을 개최하며 포문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회사 관계자는 “정 회장이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지난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고 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는 박현주 뉴욕멜런은행(BNY) 한국 대표가 신규 선임됐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성낙섭 현대모비스 미래기술융합연구소(FTCI) 담당 전무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 건도 통과됐다.

18일부터는 본격적인 릴레이 주총이 펼쳐진다. 업계의 이목은 삼성전자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보통주와 우선주 총 8696만2775주를 소각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시가 기준 16조원 규모다. 대표적 주주환원책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 최근 ‘20만전자’ 고지에 올라선 주가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도 삭제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기존 ‘1주당 1표’와 달리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지난해 2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시행이 의무화됐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조정하는 정관 변경에 나선다. 업계에선 이를 경영권 방어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데, 이사 임기를 1~3년으로 분산하면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가 적어져 소액주주 의결권 총수도 줄어든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삼성SDS도 3년으로 고정한 이사 임기를 ‘3년 초과 금지’로 개정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계열사도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분산했다. ◇현대차는 ‘렌터카’ 사업 강화상법개정안 시행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따른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법률·세무 전문가 모시기도 잇따른다. 코스맥스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및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김경수 율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오리온은 이현규 전 인천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최근 재무건전성 우려가 컸던 롯데지주는 24일 주총에서 이례적으로 금융권 출신의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기업도 많다. 26일 주총을 여는 현대차는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에 있는 자동차 구독 플랫폼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을 강화해 신차·중고차 렌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원산업도 라이다(LiDAR) 센서 개발·제조·판매 및 선박 연료공급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한다.

표 대결도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다. 2024년부터 MBK·영풍과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은 올해 주총에서도 이사 선임 건을 두고 맞붙을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약 40%·우호지분 포함)과 MBK·영풍 측(42%) 지분율이 비슷해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향방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