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먹고 자란 커버드콜, 올해 순자산 3.3조 늘었다

입력 2026-03-17 17:39
수정 2026-03-18 00:37
국내 상장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커버드콜 ETF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꼬박꼬박 현금을 챙겨 수익을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월분배금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미국 주식·채권 등 해외 자산 중심이던 커버드콜 자금도 ‘코스피 랠리’를 계기로 국내 주식을 기초로 한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코스피200 커버드콜에 뭉칫돈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 52개 종목의 순자산 총액은 18조350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3조3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2024년 말(6조7201억원)과 비교하면 1년2개월여 만에 약 173% 증가했다. 이 같은 속도를 고려하면 상반기에 순자산 20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금 유입에 불이 붙은 건 최근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얻은 프리미엄을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조정 혹은 횡보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며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자 커버드콜을 ‘피난처’로 선택한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커버드콜 상품이 2개 포함됐다.

최근에는 국내 주식을 기반으로 한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이 대표적이다. 2024년 12월 상장한 이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3조5623억원에 달한다. 전체 커버드콜 시장의 약 20%를 홀로 차지한 셈이다. 올해에만 개인투자자 자금이 1조원 넘게 순유입되며 순자산이 1조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국내 배당 성장주에 투자하는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에도 개인 자금 3201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미국 장기채와 배당주가 시장을 독식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기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 수익률이 해외 시장을 앞지르면서 코스피 상승 흐름을 좇아갈 수 있는 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대거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 커버드콜의 경우 분배금의 핵심 재원인 옵션 매도 수익이 비과세 대상이라는 점도 뭉칫돈을 끌어모은 주요인으로 꼽힌다. ◇상승장에서 수익 제한엔 유의커버드콜 투자 시 ‘불장’에서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옵션을 매도하는 구조인 만큼 수익 상단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콜옵션 매도 비중을 낮추거나 옵션 만기를 1주일·하루 등으로 짧게 잡아 주가 상승을 최대한 따라가게끔 설계한 ‘2세대 커버드콜’의 인기가 높아졌다.

같은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하는 2세대 상품이라도 옵션 매도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연 분배율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분배금을 더 받을지, 시세차익을 더 얻을지 투자자가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연 20%를 넘는 ‘초고배당’ 상품 투자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높은 분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투자 원금 일부가 깎여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인 배당 흐름을 원하는 투자 수요가 꾸준한 만큼 당분간 커버드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운용사들도 이에 발맞춰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날 ‘SOL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을 상장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