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남성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 애슬러가 고속 성장하고 있다. MZ과 시니어 사이 연령층을 적극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소비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중장년 남성들의 패션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애슬러 운영사인 바인드는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패션 플랫폼 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이례적인 규모다. 기존 투자사인 카카오벤처스에 더해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등 유명 VC가 대거 합류했다. 애슬러는 2030세대 중심의 기존 패션 플랫폼과 시니어 브랜드 사이에서 선택지가 부족했던 35세~54세 남성을 겨냥한 플랫폼이다. 투자에 참여한 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은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던 중장년 남성 패션의 디지털 전환을 날카롭게 공략했다”고 평가했다.
애슬러는 남성 이용자 비중이 97%, 평균 구매 연령은 41.9세다. 35세부터 50대 초반까지 고르게 포진해있다. 평균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은 7분으로 빠른 편이고, 반품율은 7%로 낮은 수준이다. 김시화 바인드 대표(사진)는 “35세 이상 남성은 최저가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에 정착하길 원한다”고 했다. 앱 월 재방문 리텐션(일정 기간 후 재이용 비율)은 85%에 달한다. 이용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다음달 앱에 또 방문하는 충성 고객이라는 뜻이다.
4050 패션 플랫폼은 여성 패션 전문 ‘퀸잇’의 독주 속에 여러 패션 기업들이 시도했다가 철수했던 시장이다. 중장년 여성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취향을 맞추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패션업계에선 중장년 남성을 소비에 소극적인 집단으로 봤지만, 문제는 이 시장에 맞는 적합한 시도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중장년 남성들은 아내가 사주는대로 입거나 백화점 직원 추천에 따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탐색 경험을 꺼리고 반품을 번거로워하는 성향이 감지됐다. 애슬러는 의류별 실측 사이즈를 데이터화해 인공지능(AI) 기반 사이즈 추천 기능을 만들었다. 많은 상품을 보여주기보다 구매 확률이 높은 상품만 숏리스트로 띄웠다.
지난해 바인드 매출은 전년 대비 407% 증가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303만명, 월 거래액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