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와 대출 규제 여파로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옥석 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청약시장 활황기에 ‘묻지마 청약’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후에 고민한다는 뜻) 분위기가 일었던 것과 대비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무순위 청약 세 가구(전용면적 59㎡ 2가구, 84㎡ 1가구) 모집에 약 27만 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9만191 대 1에 달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이후 계약 포기나 당첨 부적격, 일반분양 미달 등으로 다시 청약을 받는 제도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가 ‘줍줍 로또’로 주목받은 이유는 기대되는 시세 차익이 커서다. 이 단지 분양가는 전용 59㎡A 8억5820만원, 전용 59㎡B 8억5900만원, 전용 84㎡B 11억7770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 입주권은 지난 1월 15억1990만원에 거래됐다. 단순 계산으로 전용 59㎡와 84㎡는 각각 7억원, 9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지난 11일 무순위 청약이 이뤄진 경기 ‘의왕 더샵캐슬’ 역시 5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에 다자녀 특별공급 물량인데도 경쟁률이 452 대 1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 성남 ‘더샵분당센트로’는 분양가가 인근 단지 시세보다 6억원가량 비싸 1순위 청약에서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무순위 청약 끝에 계약을 마감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무순위 청약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핵심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고분양가 흐름과 대출 규제가 맞물려 무순위 청약도 분양가가 매력이 없으면 외면받는다”며 “분양가 15억원 미만이거나 안전 마진(프리미엄)이 확실한 청약에 신청이 몰린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