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동생과 외삼촌 일가 회사 20곳을 최장 19년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에서 누락해 온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 회장이 친족 회사 등 자산 규모 1조 원대에 달하는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체제에서 기업 총수를 고발한 세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공정위에 지정자료를 제출할 때 여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8개사,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12개사 등 20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회사의 자산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 회장은 HDC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19년간 계열사를 누락해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 했지만 공정위는 공소시효(5년)를 고려해 2021년 이후 누락만 제재 대상으로 정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친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현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상황임은 물론 누락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여동생과 외삼촌이 정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자녀의 결혼식이나 회사 기념행사 등에서 자주 만나 지속적으로 교류해왔고, 외삼촌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HDC그룹 계열회사와 장기간 거래 관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외삼촌과 여동생 회사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HDC의 지정자료 업무 담당자와 정 회장 비서진은 지정 자료 제출 준비 과정에서 친족회사 담당자들로부터 계열 요건(친족 지분율 30% 이상)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고, 누락이 적발되면 제재를 받게 될 거라는 사실도 인지했다. 공정위는 이런 사안이 정 회장에게 보고됐고, 정 회장은 친족들을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의 매제는 HDC 계열회사의 임원직에서 갑자기 사임하는 등 누락회사와 HDC 간 연관성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회사들은 HDC 계열 회사에서 제외돼 사익편취규제와 공시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실제 이득을 취했다. 공정거래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대기업 집단 시책의 근간이 되는 지정제도의 중요성과 지정자료 제출 책임의 엄중함을 일깨우는 조치"라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 활동을 지속하고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C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단순한 행정상의 착오"라며 "정 회장은 해당 회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