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길어질수록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고조된다

입력 2026-03-17 14:03
수정 2026-03-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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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중동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국제유가 급등지난달 27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란은 최고 지도자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군사시설과 정유시설 등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차기 지도자가 선출되고, 이란은 혁명 수비대와 이란을 지지하는 무장세력 등을 규합하여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사실상 마비됨에 따라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전쟁은 이제 3주차에 접어들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 승리’를 선언하며 중동 전쟁에서 한 발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쟁이 단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엇보다 이란이 입은 손실이 너무 크다는 점과 이란을 굴복시키는 것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단독으로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자칫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처럼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장의 관심은 국제유가이다. 또한, 유가가 다시 하락 안정을 보이기 위해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만 정상화된다면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고, 유가가 안정되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수 있다.

지난 2022년 2월 말, 국제유가가 전쟁으로 인해 급등한 바 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으며, 전쟁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하회했으나, 전쟁 발발 이후 100달러를 상회, 1주일여 만에 120달러도 상회했다. 다만, 10일 이후에는 유가가 다소 하락 안정을 보였지만, 약 5개월 동안 유가는 90~120달러 내외에서 등락, 한 동안 고유가 시기가 이어졌다. 이번 2026년 이란 전쟁 역시 유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 이후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전쟁이 끝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고유가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의 후유증, 서서히 나타날 ‘스태그플레이션’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고,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을 경계해야 한다.

원유는 원자재 시장의 대표 상품이며, 전세계 상품 물가에 있어 원유와 에너지는 가격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연평균 10% 상승할 경우 글로벌 물가는 연평균 0.15~0.20%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국제유가가 6개월 동안 평균 85달러를 유지할 경우 전년도 평균 유가 65달러 대비 약 30% 상승하게 되며, 이를 반기로 구분하면 전세계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0.3~0.5%포인트가 높아지게 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에 있어 최우선 목표를 ‘물가 안정’에 두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RBA는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정책금리를 0.25%p 올리려고 하는데, 이러한 금리인상의 주요 배경이 물가 상승에 기인한다. 최근 중동 전쟁 발발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세계적 물가상승이 우려됨에 따라 호주 RBA에 이어 정책금리를 오랜 기간 동결했던 캐나다중앙은행(BOC),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도 금리인상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인데, 중동 전쟁 발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두 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3월 중순 현재 Fed의 금리인하 기대는 1회 이하로 낮아졌다. 그것도 올해 하반기에서 연말에 한 차례 인하 전망이다. 이 역시 중동 전쟁 발발과 그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점진적으로 미국의 상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이러한 전쟁 발발과 국제유가 상승, 그에 따른 물가상승 등 인플레이션 위험은 결국 실물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소비활동과 기업의 투자 및 생산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지난 2022년 러-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이로 인해 전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7%로 이전 연도에 기록한 4.7%를 크게 넘어섰다.

반면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6.6%에서 3.8%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이번 전쟁이 얼마나 장기간 지속될 것인가와 그에 따른 고유가의 지속 기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