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가 29년만에 민간 차량 운행제한 조치인 ‘X부제’ 도입을 검토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시행됐던 ‘홀짝제’ 이후 처음으로 전 국민의 발을 묶는 초강수 대책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17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범사회적 에너지 절약 확산을 위해 필요하면 자동차 5·10부제 등 다각도의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 수립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들이 세부 시행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가 이처럼 정치적 부담이 큰 차량 운행제한을 검토하는 이유는 국내 원유 공급의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현재 약 201일분의 원유 비축량이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등 전시 수준의 에너지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실제 5·10부제가 확정되면 각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통해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가가 이뤄진다.
다만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해 1997년 사례처럼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한 뒤 에너지 위기 단계에 따라 민간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11년 에너지 위기나 2017년 미세먼지 사태 때 차량 2부제를 시행했으나 민간에게는 권고 수준에 그친 바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