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로또', '10억 로또'면 뭐합니까. 어차피 서울 사람만 돈 벌 텐데요. 돈에 꼬리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럴 땐 참 아쉽네요."(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50대 주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에서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물량에 수십만명이 몰렸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한 이 단지 전용면적 59㎡A 1가구(일반 공급)에 13만938명이, 전용 59㎡B형 1가구(생애최초 특별공급)에는 7만26명이 몰려 2가구를 분양받기 위해 20만964명이 몰렸습니다. 전날 진행한 전용 84㎡B 1가구에도 6만9609명이 신청해 이틀 동안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몰린 인원만 27만 명을 웃돌았습니다.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이 기대된 영향입니다. 분양가가 3년 전 처음 분양했을 당시와 비슷해 전용 59㎡의 경우 9억원가량, 전용 84㎡의 경우 10억원가량 시세보다 낮게 책정됐습니다.
누구나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무주택자로 대상이 한정됐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있는 실수요자는 아예 신청을 해보지도 못하게 된 셈입니다. 이런 상황 속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수요자의 토로가 터져 나옵니다.
한 누리꾼은 "저런 로또는 결국 서울 사람들만 돈 버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서울에 나오는 알짜(아파트)는 서울 사람만 넣을 수 있고 거들떠보지도 않은 청약은 전국 청약으로 돌리니 지방 사람들은 악성 미분양이나 보라는 것이냐" 등 날 선 반응도 있었습니다.
앞서 2024년 7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모집에 무려 294만 명이 몰리면서 무순위 청약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2023년 2월부터 거주지 요건을 없애고 유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그러자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신축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청약 과열이 이어졌습니다. 2024년 7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모집에 무려 294만명이 몰리면서 무순위 청약 역대 최고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부동산원 청약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접수 일정을 하루 미루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무순위 청약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에도 벗어났다는 진단입니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다시 무주택자에게만 신청 자격을 주는 것으로 요건을 강화했습니다.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편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인기 단지에 거주지 제한이 적용되면서 외지 수요 유입이 차단돼 자산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반면 무순위 청약 물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자산 양극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무순위 청약의 자격 요건이 과거보다는 축소됐지만 시세 차익이 큰 단지를 중심으로는 인기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한 청약시장 전문가는 "대출 규제 강화, 세금 부담 확대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라도 당첨되면 수억원을 벌 수 있는 단지들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