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6일 오후 5시 11분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개인 투자조합이 엔터회사 4곳에 투자한 시기를 살펴보면 선후관계가 뚜렷하다. 최 회장이 먼저 아크미디어 등 4개 기업에 개인 자금을 투자한 뒤, 고려아연으로부터 자금을 대거 수혈받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이듬해쯤부터 동일한 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최 회장과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는 중학교 동창이다. 업계 일각에서 “적절치 못한 거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고려아연에서 수백억 투자 받고도 적자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고려아연 회계감리에서 재무제표 주석에 특수관계인 거래로 기재해야 한다고 판단한 투자 대상 기업은 아크미디어, 슬링샷스튜디오, 비스포크랩, 하이헷 등 4개사다. 이들 법인은 2019~2021년 사이에 설립됐다. 최 회장이 배우자 이경은 씨 등 가족과 출자금 대부분을 댄 투자조합도 법인 출범 초창기인 이 시기에 투자를 집행했다.
아크미디어는 KBS ‘오월의 청춘’,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다. 2021년 9월 자회사인 ‘이야기사냥꾼’이라는 제작사에 흡수합병된 뒤 사명을 현재의 ‘씬앤스튜디오’로 바꿨다. 원아시아 펀드 ‘코리아그로쓰제1호’가 최대주주로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려아연 종속기업으로 편입돼 있다. 슬링샷스튜디오 역시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등을 만든 제작사다. 비스포크랩은 미디어 콘텐츠 자막·더빙 제작업을 주로 영위하며, 하이헷은 아이돌그룹을 육성하는 중소 연예기획사다.
원아시아는 최 회장 투자조합의 최초 투자가 이뤄지고 난 뒤 2020~2023년께 이들 기업에 투자했다. 총 투자 규모는 800억원에 이른다. 일부는 최 회장 투자조합 자금이 먼저 투입된 이후 최 회장과 원아시아 펀드가 번갈아가며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4개 회사 대부분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고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엔 이익 11억원을 낸 슬링샷스튜디오를 제외한 모든 회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이 가장 많은 돈(320억원)을 투입한 회사 비스포크랩은 설립 이후 2024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투자를 받은 이후 적자 폭이 확대됐다.◇PEF 활용한 사적 이익 추구 의혹원아시아는 2019년 지창배 대표가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신생 운용사임에도 2023년 기준 출자약정액은 64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5600억원을 출자했으며, 특히 운용 펀드 8개 중 6개 펀드에 대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96.7%에 이른다. 자본시장에선 사실상 고려아연 자금 운용을 도맡고 있는 ‘고려아연 펀드’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 경영상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 회장이 회사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GP)인 원아시아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이 회사 자금을 동원해 개인적 투자를 뒷받침하게 만들어 손실을 끼쳤다면 단순 회계처리위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를 받은 4개 회사가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도 논란이 남는다. 고려아연 자금 투입으로 최 회장 개인이 갖는 지분가치가 상승하거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가 마련된 것을 회사의 자산을 유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는 지난 2월 12일과 3월 5일 영풍과 고려아연의 회계처리 위반 의혹에 대한 제재 심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19일엔 3차 감리위가 예정돼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와 원아시아 펀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재무제표에 축소 반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