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DP앞 'K팝 거리'…동대문 일대 'K컬처 핫플'로 만든다

입력 2026-03-16 17:30
수정 2026-03-17 00:13
2031년 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K팝 거리’.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자 이곳 명물인 K팝 스타 동상마다 화려한 조명이 켜진다. 아이돌 팬과 국내외 관광객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K팝 연예기획사가 밀집한 골목 안쪽엔 아이돌 연습생들의 버스킹 무대가 한창이다. 공연을 보고 나온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인근 굿즈·뷰티숍, 카페 등으로 발길을 옮긴다. 동대문 일대에서 종일 시간을 보낸 이들은 숙소인 주변 5성급 호텔을 찾아 DDP와 서울 야경을 감상하며 여독을 푼다.

서울시가 DDP 인근에 이 같은 모습이 펼쳐질 K팝 거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기존 의류·잡화 도매시장 중심이던 동대문 상권에 K팝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문화·패션·관광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K팝, 동대문의 ‘킬러 콘텐츠’로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광희동 일대를 중심으로 ‘동대문 K컬처 창조타운’(가칭)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핵심 사업으로는 광희동 도시정비형 재개발 구역과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에 K팝 특화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이 꼽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처럼 K팝 스타 동상이나 기념 공간을 설치하고, 중견·중소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광희동 재개발은 지난해 9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정비구역 지정안에 따라 30개 지구로 나뉘어 대규모 개발이 유도된다. 층고 제한을 기존 70m에서 90m로 완화하고 공원과 개방형 녹지를 확충하는 한편 을지스타몰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잇는 지하 보행로도 새로 조성한다. 5성급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과 관련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동대문 상권을 묶어줄 ‘킬러 콘텐츠’로 K팝을 주목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DDP가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주변 의류도매상권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K팝 거리를 조성하면 DDP와 K뷰티·K패션 등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동대문과 연결된 낙산성곽길이 등장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침체한 동대문에 DDP를 제외하곤 오랫동안 새로운 변화가 없었다”며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美·日처럼 특화 거리로 승부서울시는 이에 맞춰 최근 원포인트로 조직을 개편했다. 지난달 경제실 산하에 동대문 K컬처 창조타운 사업을 전담하는 지역경제활성화팀을 신설했다.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동대문 관련 기존·신규 사업을 포괄하는 ‘동대문 활성화 종합 마스터플랜’에 26개 세부 프로젝트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팀은 동대문 활성화 태스크포스(TF)와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동대문 일대 특화 거리 조성이 도심 관광과 상권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특화 거리를 통한 관광 활성화 사례는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A는 1960년대 할리우드 스타의 손도장이 새겨진 명예의 거리를 조성하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고,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다케시타 거리 역시 패션과 캐릭터 문화가 결합된 관광지로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구 ‘김광석 거리’, 경기 양평 ‘황순원 마을’ 등의 사례가 있다.

서울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DDP를 서울 도심의 대표 문화·디자인 플랫폼으로 육성해 왔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SeoulCon)’과 K팝 공연 등이 열리며 문화 콘텐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되고 있다. DDP의 뷰티복합문화공간 ‘비더비(B the B)’는 2022년 개관 이후 방문객 220만 명을 넘어서며 K뷰티 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개발 업계 관계자는 “K컬처 창조타운과 동대문 활성화 종합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콘텐츠와 사업 일정 등을 막판 조율 중”이라며 “시에서 상반기 내에 구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