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핫식스' 이정은, 송곳샷으로 2부리그 우승컵

입력 2026-03-16 17:36
수정 2026-03-17 00:39
US여자오픈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핫식스’ 이정은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16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부인 엡손투어 IOA 골프 클래식(총상금 20만 달러)에서 우승하면서다. 비록 2부 무대였지만 송곳같은 웨지샷, 화끈한 플레이는 ‘핫식스의 귀환’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정은은 우승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오랜만에 한 우승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최대한 빨리 LPGA투어로 복귀할 수 있도록 더 힘차게 달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롱우드의 알라쿠아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3라운드에서 이정은은 이글 1개, 버디 7개에 보기 3개를 더해 6언더파 65타를 쳤다. 그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00타로 전지원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3만 달러(약 4500만원), 전성기의 자신이 벌어들이던 상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2019년 US여자오픈 제패 이후 무려 6년 9개월만에 우승하며 자신감이라는 더 큰 성과를 얻었다.

이정은은 2017년 K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사상 첫 6관왕을 달성했다. 빼어난 미모에 공격적인 플레이는 그의 등록이름 ‘이정은6’와 만나 ‘핫식스’라는 애칭을 만들어냈다.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그는 2019년 US여자오픈 우승과 신인왕을 한번에 거머쥐며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데다 코치 없이 홀로 훈련하며 스윙이 흐트러졌다. 2021년 에비앙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CME글로브 포인트 순위는 지난해 118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로 LPGA투어 시드가 만료되면서 Q시리즈에 나섰지만 공동 45위로 시드 확보에 실패했다. 2부 강등을 마주한 그를 둘러싸고 골프업계에서는 은퇴설까지 돌았다.

이정은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골프를 그만둔다는 것은 단 한번도 생각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새 스윙코치와 함께 전체적인 움직임을 조율했고 다운스윙의 문제점을 교정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체력훈련도 쉬지 않았다. ‘엡손투어 강등이 자존심 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정은은 “뛸 수 있는 투어, 플레이할 수 있는 대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긴 훈련 뒤 나선 엡손투어, 첫 대회에서 커트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이정은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왜 US여자오픈 챔피언이었는지를 증명해냈다. 6번, 9번홀(모두 파4) 보기로 위기를 맞았지만 12번홀(파4) 버디에 이어 13번홀(파5) 이글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 116m 전장의 파3홀에서 피칭웨지로 공을 핀 60cm옆에 붙여 그림같은 버디로 우승을 완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이정은은 엡손 투어 랭킹포인트 1위에 오르며 LPGA투어 복귀를 위한 순항을 시작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