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봄은 정치와 함께 시작됐다. 지난 12일 폐막한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얘기다. 양회는 한 해 중국 경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정책 발표 무대다.
올해 양회를 사로잡은 건 역시 인공지능(AI)이었다. 물론 중국이 AI산업 육성을 강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양회에서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예년과 사뭇 달라졌다. AI를 노동 시장과 공생할 생산성 혁명의 도구로 규정한 것이다.
1주일간 이어진 양회 내내 중국 지도부는 각종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AI는 일자리 파괴보다 창출·전환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약 1270만 명의 대학 졸업자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중국 지도부의 인식은 기업들에 그대로 전파됐다. AI의 일자리 창출 효과 강조전인대 대표인 둥밍주 그리전기 회장은 양회 동안 기자들을 만나 “AI는 도구일 뿐 인간을 대체하는 주인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이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동안 근로자는 더 높은 숙련이 필요한 역할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협 위원이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 주력하는 톈위수커의 허한 회장도 “고용 시장에서 AI를 대체의 시각으로 볼 게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에 로봇이 투입되면 로봇을 가르칠 로봇 트레이너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지도부와 기업인의 철학은 확고했다. AI는 밥그릇을 깨뜨리는 게 아니라 바꾸거나 새로운 밥그릇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바로 움직임에 나섰다. 이미 AI를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 연구에 들어갔다. 최근엔 AI 관련 신규 직종 20개도 공식 지정했다. 각 직종은 초기 단계에서 최대 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대학의 전공 구조도 최적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AI 관련 전공을 대학에 대거 신설하는 식이다. 직업학교에서도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드는 데이터 라벨링, 로봇 운용, 산업 자동화 관리 등 새로운 직종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시스템 재정비 전면 착수민간 기업도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공장에선 수백 대의 로봇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로봇이 투입됐다고 근로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정 관리, 소프트웨어 운영, 품질 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직무가 늘고 있다.
양회 기간 만난 중국 대표 AI 기업 아이플라이텍 관계자는 기자에게 “모든 기술 혁명은 사회에 큰 불안을 몰고 왔지만, 궁극적으로 고용 시장의 질을 높였다”며 “중국도 올해 AI산업 발전에 발맞춘 고용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엔 분명 이유가 있다. 매년 1000만 명 넘는 대학 졸업자가 노동 시장에 쏟아지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핵심 과제가 돼서다. 중국 정부는 AI산업을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동력으로 보고 있다. 세계가 ‘AI의 일자리 대체’를 우려하고 있을 때 중국은 이미 AI가 창출할 새로운 직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AI발 고용 불안을 기회로 바꾸려는 중국의 행보에 왠지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