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미국 대형 유통사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가운데 전체 매출 가운데 4분의 1은 여전히 미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유통망 영향력보다 '소비 여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가전 시장은 올해 수요 정체가 예상되는 탓에 실적 방어를 위한 판매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 주요 10대 매출처엔 올해도 미국 대형 유통망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최대 전자기기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미국 최대 주택용품 유통업체 홈디포, 미국 대표 종합가전 유통업체 로우스 등은 매년 10대 매출처에 들고 있다.
이들 10대 매출처가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연결 기준 31.5%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10대 매출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상 유지 수준으로 파악됐다. 2021년 32.3%에서 2022년 34.1%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3.3%, 2024년 32.3%였다.
미주 지역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10대 매출처 비중이 계속 30%대를 유지하는 것은 핵심 고객군을 유지하면서도 매출 구조가 분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별 매출을 보면 미국 유통망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LG전자의 미주 지역 매출 비중은 2022년 26.7%(22조214억원)을 기록했고 2023~2024년엔 각각 26.1%(21조4949억원·22조8959억원)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25.7%로 22조93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변수는 미국 소비심리다. LG전자는 올해 냉장고·세탁기 등 북미 가전시장 수요가 마이너스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는 올해 가정용 내구재 산업 매출이 1.2% 감소한 418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매 수량은 약 1억대(4.9%) 감소한다는 관측이다.
소비자들이 필수재와 교체 수요 중심으로 지출을 줄여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진단. 다만 평균판매단가(ASP)가 3.9% 올라 판매량 감소 일부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카나는 올해 시장이 일시적 후퇴를 나타내더라도 내년에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고 내후년의 경우 매출이 434억달러로 확대된다는 관측을 내놨다.
LG전자 입장에선 북미 시장 내 교체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확대될 경우 상위 매출처를 발판 삼아 외형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얼마나 여는지에 따라 핵심 매출 기반이 좌우되는 만큼 올해는 얼마나 '선방'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