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의 중견 해운사인 장금상선(시노코·Sinokor)이 초대형 유조선(VLCC)을 활용한 선제적 투자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전쟁이 본격화되기 몇 주 전부터 공격적으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확보하며 선단을 확대했다. 현재 장금상선이 운영 중인 슈퍼탱커는 약 150척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결정적인 신의 한 수는 ‘위치 선정’이었다. 장금상선은 올해 1월 말, 최소 6척의 빈 VLCC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켜 화물을 기다리며 대기하도록 했다.
이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원유 수출길이 막히자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들은 당장 기름을 보관할 공간을 찾기 시작했고, 페르시아만에 대기 중이던 장금상선의 유조선들은 순식간에 ‘부유식 저장시설’로 몸값이 치솟았다.
수익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장금상선은 현재 유조선 한 척당 하루 약 50만 달러(약 7억5000만 원)의 용선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평균 운임보다 무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운임 역시 폭등했다. 중동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실어 나르는 비용으로 배럴당 약 20달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평균치인 2.5달러에서 8배가량 뛴 금액이다. 블룸버그는 “장금상선이 지난 1월 척당 평균 8800만 달러(약 1170억 원)에 사들인 VLCC들이 현재의 계약 수준을 유지할 경우,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선박 매입 비용을 전액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조선 확보 전략을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의 아들인 정가현 시노코 이사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이사는 평소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져 있으나, 투자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정 이사는 보안 메신저를 통해 실무진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며 주요 계약을 챙기는 등 철저하게 실무 중심의 경영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정확히 읽고 과감하게 선박을 매집한 결단력이 이번 ‘잭팟’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란 전쟁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혼란 속에서 한국의 한 해운 기업이 가장 영리한 수혜자로 급부상했다”며 장금상선의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