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기름값 올릴 땐 1등…내릴 땐 꼴찌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6-03-16 19:47

중동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주유소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지를 두고 정보전이 벌어졌다. 가격 상승기에는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정부 압박 이후 하락기에는 S-OIL의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여파가 반영된 이후 15일까지 누적 상승 폭 역시 알뜰주유소가 가장 컸다.이름 무색한 알뜰주유소 16일 한경닷컴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기름값 상승기에 평균 보통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알뜰주유소로 나타났다.

전쟁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요동치기 시작한 5일과 최근 고점을 기록한 10일을 비교한 결과, 평균 가격 상승 폭은 알뜰주유소가 85.35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S-OIL 80.12원, SK에너지 73.43원, GS칼텍스 70.65원, HD현대오일뱅크 58.12원, 자가상표 43.32원 순이었다.

지난 4일까지 1700원대에 머물던 평균 가격은 5일 1800원을 넘어섰고, 10일에는 1914.89원까지 올라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정부의 엄중 경고 이후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 고점인 10일과 가장 최근인 15일을 비교하면 S-OIL이 81.45원 내려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어 SK에너지 71.02원, HD현대오일뱅크 70.46원, 자가상표 70.40원, GS칼텍스 62.56원, 알뜰주유소 34.16원 순이었다.

이날 기준 가격 자체는 알뜰주유소가 가장 저렴했지만 상승기에는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고 하락기에는 낙폭이 가장 작았다. 알뜰주유소는 정유사 중심 유통 구조를 완화하고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전 세계적인 고유가 흐름 속에서 국내 기름값까지 급등하자 물가 안정과 유통 시장 경쟁 촉진을 통한 유가 인하를 목표로 도입됐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농협 등이 정유사로부터 유류를 대량으로 공동 구매한 뒤 이를 알뜰주유소에 낮은 도매가로 공급해 주변 일반 주유소와의 자발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다.


유가 급등이 국내 시장에 반영된 5일 이후 가격 상승 폭이 가장 큰 곳도 알뜰주유소다. 5일 휘발유 가격을 가장 최근인 전날과 비교하면 알뜰주유소가 51.19원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GS칼텍스 8.09원, SK에너지 2.41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S-OIL, HD현대오일뱅크, 자가상표는 각각 1.33원, 12.34원, 27.08원 내려 오히려 하락했다. 종합적으로 가격 안정성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자가상표 주유소로 파악됐다. 오를 땐 확 오르더니 내릴 땐 왜 더딜까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떤 주유소 상표가 가격이 좋은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약 4% 정도 차지하지만, 물류비와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훨씬 크다. 가격 차이가 10~20원만 나도 소비자가 이동하는 몇 안 되는 소비재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오를 때 급격하게 가격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 인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높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재고가 남은 주유소들로서는 즉각적인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주유소협회는 최근 정부에 주유소 판매 가격의 1.5%로 책정된 카드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주부터는 가격이 본격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급가격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가격 모니터링, 현장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착한 주유소'를 적극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충북 청주시 한 자영 알뜰주유소를 방문해 형장을 점검하면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데,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가 주유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