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수상 소감 10초 만에 끝…"너무하다" 홀대 논란

입력 2026-03-16 15:10
수정 2026-03-16 16:25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오스카)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 2관왕의 영예를 안겨주고도 수상 소감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아 인종차별 및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케데헌'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영화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석권했다.

하지만 메인 OST '골든(Golden)'으로 주제가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소감을 전하던 중, 주최 측이 퇴장 음악을 크게 틀며 발언을 막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 겸 작곡가 이재는 "이 노래는 성공이 아니라 회복에 관한 이야기"라며 "어릴 때 K팝을 좋아한다고 놀림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한국어 가사로 우리 노래를 부른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동 수상자인 작곡가 곽중규·이유한 등에게 마이크를 넘겼으나, 그 순간 장내에는 퇴장을 알리는 배경음악(BGM)이 울려 퍼졌다.


준비한 원고를 들고 있던 공동 수상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가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고 작곡가 마크 소넨블리크가 아쉬움을 표했음에도 음악은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무대 조명까지 꺼졌다.

결국 카메라는 무대 전체를 비춘 뒤 다음 순서로 넘어갔으며,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10초 남짓이었다. 아카데미 중계를 맡은 안현모도 "너무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을 당시에도 한 차례 반복됐다.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 등이 무대에 올랐을 때도 음악이 흘러나왔으나, 다행히 이때는 음악 소리가 잦아들며 소감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 태생인 매기 강 감독은 "나와 닮은 분들에게, 이런 영화에서 우리를 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며 "이제 영화가 나왔으니 다음 세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며 감동의 소감을 전했다.

미국 현지 매체와 여론의 비판은 거세다. 페이지식스는 "이재가 감동적인 감사를 전한 뒤 다른 출연진이 기여하기 전에 컷오프(제한시간) 음악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미국 CNN 역시 "오스카는 K팝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 된다"며 "K팝 팬들을 분노하게 할 무례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케데헌 제작진에게 한 행동은 매우 무례했다"며 "다른 수상자에게는 긴 시간을 주면서 왜 이들만 짧게 자르느냐"고 일갈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농담할 시간은 있으면서 정작 수상자가 말할 시간은 없느냐"며 시상식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케데헌'은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에 이어 오스카까지 거머쥐며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과 특정 문화권에 대한 배려 부족은 전 세계 K컬처 팬들의 거센 원성을 살 만한 일이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