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안 판다고!" 삼양의 항변…억울한 회사 독일에도 있다 [최종석의 차트 밖은 유럽]

입력 2026-03-29 06:30
수정 2026-03-29 09:41

세계 주식 기행 : 독일 화학기업 헨켈 [ETR : HNKG]

지난해 삼양사가 펼친 “라면 안 팔아요” 광고 캠페인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배우 박정민이 “너 삼양 들어간 뒤로 라면 판다고 바쁜 건 내가 알겠는데...”라고 말을 꺼내자,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이 “몇 번 말해. 라면 만드는 그 회사 아니라고. 스페셜티 만든다고”라며 항변합니다.

삼양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설탕, 전분당, 밀가루 같은 기초식품 소재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화학 소재 사업에 강점이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식품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불닭볶음면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인지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오랜 역사에도 삼양사는 삼양식품과 혼동하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이를 바로잡고 자사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캠페인을 진행한 것입니다.


독일에도 이처럼 비슷한 이름의 유명 회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헹켈(Zwilling J. A. Henckels AG)과 헨켈(Henkel AG & Co)입니다. 헹켈은 쌍둥이 마크로 유명한 주방 칼·조리도구 브랜드이며, 헨켈은 록타이트, 뷰티 제품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화학·소비재 기업입니다.

독일어 발음상 Henkel과 Henckel은 사실상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두 단어 모두 독일어 발음 규칙에 따라 ‘헨켈’에 가깝게 들립니다. 한국에서는 화학·생활용품 기업은 ‘헨켈’, 주방용품 브랜드는 ‘헹켈’로 나누어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헹켈은 1731년 칼 제조 장인인 피터 헹켈(Peter Henckels)이 독일의 명품 칼 생산지인 졸링겐에 쌍둥이 로고를 등록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졸링겐은 중세 시대부터 ‘칼의 도시’로 명성을 떨친 곳입니다.

인근 루르 지방에서 양질의 철강을 구하기 쉬웠고, 부퍼강의 수력을 이용해 대형 연마 기계를 돌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대장장이들이 모여 살고, 칼 생산자들로 이루어진 길드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헹켈은 비상장 기업으로 모회사는 독일의 가족 경영 기업인 빌흐 베어한 그룹입니다.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즈윌링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바꿨습니다.

화학 및 소비재 기업 헨켈은 1876년 아헨에서 설립됐습니다. 1878년 교통이 편리한 뒤셀도르프로 본사를 옮긴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헨켈과 헹켈은 공교롭게도 같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고, 불과 차로 3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헨켈은 1907년 세계 최초의 ‘자가 작용(self-acting)’ 세탁 세제인 퍼실을 출시하며 가사 노동의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헨켈은 1922년 자사 제품 포장을 위해 자체 제작하던 접착제를 일반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하며 접착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969년에는 립스틱의 회전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 최초의 고체 풀인 프리트 스틱을 출시했습니다.

헨켈은 현재 접착 기술과 컨슈머 브랜드라는 두 가지 핵심 사업 부문을 운영 중입니다. 접착 분야는 접착제, 실란트, 기능성 코팅 시장의 선두 주자입니다. 1997년 산업용 접착제 전문 기업 록타이트를 인수해 1위에 올랐습니다. 자동차, 금속, 포장, 소비재, 전자, 건설, 항공우주,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착 기술을 제공합니다.


컨슈머 부문은 퍼실을 비롯해 버넬, 프릴 등 유명 세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특히 홈키파, 홈매트, 컴배트 등의 브랜드로 살충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이오스, 슈바츠코프 등 헤어 케어 브랜드도 갖고 있습니다.

헨켈은 이달 발표한 2025 회계연도 실적에서 환율 변동 등 대외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유기적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그룹 전체 매출은 약 204억95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0.9% 유기적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조정 영업이익(EBIT)은 약 30억2600만 유로, 조정 영업이익률은 14.8%로 전년(14.3%) 대비 상승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헨켈의 주가는 지난 27일 1.56% 하락하며 66.78유로에 마감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4.13% 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매력은 있으나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크다”는 중립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최근 목표 주가를 79유로에서 73유로로 하향 조정하며 ‘보유’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주가가 답답할 정도로 저렴하지만, 매수 전환을 위해서는 컨슈머 브랜드 부문의 확실한 실적 반등 증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