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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한국투자증권 연금컨설팅부 팀장
올해 2월 말까지 순항하던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고스란히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거센 파도가 일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는 흔들리는 주가 창이 아닌 굳건한 '펀더멘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과 한국 증시 흐름을 비교해 보면 온도 차이가 뚜렷하다. 미국 S&P 500 지수는 최근 1개월(3월 12일 기준) 동안 2.3%, 연초 대비 2.5%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은 3월 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충격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여전히 32.5%라는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3월 12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2% 이상의 변동성을 보인 날이 총 17거래일에 달할 정도로 장세가 불안정하다. 특히 3월에는 중동 지역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유독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올해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데다 그 상승을 주도한 것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내 증시의 조정은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급등에 따른 일시적 숨 고르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해 4월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던 시기 이후, 코스피는 올해 2월 말까지 무려 172% 급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 500(26%), 나스닥 종합지수(32%), 일본 닛케이 225(85%)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즉, 현재의 하락 폭은 지난해 4월 9일 이후 상승분의 약 17%를 반납한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코스피가 하루 8% 이상 급락했던 극단적인 위기 국면에서도, 시장은 급락 3개월 이후부터 대체로 긍정적인 수익률을 회복했다. 미국 경제가 깊은 경기 침체(Recession)로 돌입하지만 않는다면 한국 증시의 회복 탄력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의 이익 성장 모멘텀이 굳건하다. 전례 없는 공급 부족과 글로벌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2월 메모리 수출 지표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팬데믹 특수 이후 수요가 급감했던 2022년과는 명확히 다른 양상이다. 구조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수요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만큼, 현재의 시장 조정은 오히려 훌륭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에서는 개별 종목에 집중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상승장에서는 소수 종목 집중 투자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급락장에서는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막대한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분산 투자를 통해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 증시의 경우, AI발 수요가 확실한 반도체 대형주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이 높은 ▲TIGER 반도체TOP10 ▲KODEX 반도체 ▲ACE AI반도체TOP3+ 등의 ETF를 활용해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Rubin)' 칩이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DRAM을 요구하는 등 AI 관련 메모리 수요는 2025년 이후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단기적인 공급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AI 관련 DRAM의 수요 급증은 이미 DDR5 가격을 올해 1월 이후 192% 이상 끌어올렸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범용 PC나 스마트폰 공급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AI 수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마이크론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마진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의 다른 이름이었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개별 종목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하기보다, 실적이 양호하고 기업의 펀더멘털이 튼튼한 종목으로 구성된 ETF를 활용하여 시장에 참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글로벌 반도체 우량주를 담은 ▲VanEck Semiconductor ETF(SMH) ▲iShares Semiconductor ETF(SOXX) ▲Invesco PHLX Semiconductor ETF(SOXQ) 등 미국 상장 ETF와 국내 반도체 ETF를 적절히 분할 매수하며 장기적인 AI 산업의 성장에 투자해 볼 시기라고 전망한다. 흔들리는 장세 속에서도 굳건한 산업의 방향성을 믿는다면, 현재의 시장 조정은 훗날 훌륭한 자산 증식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