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NBC, 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16일 "이란과의 전쟁으로 값싼 드론 요격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됐다"며 "이제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4년간의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얻은 실전 경험과 정보를 미국에 제공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란이 이웃 국가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서 걸프만 전역의 도시에서 호텔, 공항, 주거용 건물들이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에서도 너무나 흔한 일인데, 매일 밤 수백대의 러시아 드론이 상공을 뒤덮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이란에서 설계된 샤헤드형 드론이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필요에 따라 샤헤드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저렴한 요격기와 전파 방해 장비를 개발해 왔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중동의 많은 국가가 사용하는 값비싼 방공 미사일이 아니라,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요격 드론을 이용해 매일 밤 대부분의 드론 공격을 격퇴해 왔다는 평이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드론 제조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 체리의 대변인 마르코 쿠슈니르는 "격렬한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혁신적인 드론 기술을 실시간으로 시험할 수 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NBC를 통해 말했다.
그러면서 "전선과 제조업체 간 피드백 주기가 매우 짧아 아침에 피드백을 받으면 저녁에는 전장에서 새로운 임무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드론을 이용한 매일같이 이어지는 지루한 기술 전쟁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아는 나라는 두 나라뿐"이라며 "바로 우리와 러시아"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질책하며 "지금 당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이란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미국이 해당 기술 분야에서 잠재적인 협력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군수업체들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 기술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왜 서명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아마 나중에 서명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란은 걸프 지역 전역의 석유 시설과 미군 기지를 공격해 왔다. 또한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두바이의 고급 호텔과 리조트 공격은 이곳의 안전에도 불안감을 조성했다.
걸프만 국가 국방부는 이란이 최근 몇 주 동안 수천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고했으며 아랍에미리트는 1350대 이상의 드론과 23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했고, 바레인은 176대의 드론과 105발의 미사일을 파괴했다. 카타르는 47대의 드론과 118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했고, 쿠웨이트는 수백건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보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저렴한 드론에 대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예상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은 대당 약 2만달러(약 3000만원)에서 5만달러(약 7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요격하려면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첨단 방공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악시오스(Axios)는 보도했다.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한 발 발사에 약 300만달러(약 45억원)에서 400만달러(약 59억9600만원)가 소요되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을 요격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적 불균형은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부터 중요 기반 시설과 군사 기지를 방어하려는 군대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아무리 효과적인 방공 시스템이라도 지속적인 공격이 계속되면 값비싼 요격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 방산 수주 확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현재 한화시스템은 레이저 대공무기인 '천광 블록-I'을 개발하고 통합 대드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LIG넥스원은 재머를 결합한 대드론 통합 체계를, 현대로템은 안티 드론 체계를 접목한 무인차량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