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포 이태훈이 싱가포르에서 ‘와일드카드의 반란’에 나섰다가 아쉽게 실패했다. LIV골프 네번째 출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이태훈은 15일 싱가포르 센토사GC(파71)에서 열린 LIV골프 싱가포르 대회(총상금 30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그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연장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경기 중반까지 선두에 4타까지 뒤지며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13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마지막 홀까지 3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던 디섐보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홀(파5)에서 다시 한번 진행된 연장전, 이태훈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두번째 샷으로 페어웨이로 공을 올린 뒤 세번째 샷을 핀 3m 옆으로 보냈다. 반면 디섐보는 티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졌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장타자이자 LIV골프에서 스크램블링 1위에 올라있는 디섐보는 만만치않은 상대였다. 벌타를 받고 친 세번째 샷을 그린 주변 러프로 보낸데 이어 네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마지막 순간, 이태훈은 그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3m 버디퍼트를 놓치면서 2차 연장으로 가는 분위기였으나 짧은 내리막 파 퍼트가 홀을 휘감고 나가면서 우승을 디섐보에게 내어줬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이태훈은 LIV골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199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내어난 그는 아시안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활동해왔다. 해외 무대에서는 ‘리처드 태훈 리’로 활동한다.
LIV골프에는 지난 1월 시드전 격인 LIV골프 프로모션을 통해 데뷔했다. 당초 대회 출전을 포기하려다 개막 직전에야 합류한 그는 수석으로 올 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LIV골프는 팀제로 운영된다. 이태훈은 세계 무대에서 무명의 ‘언더독’이었던 탓에 어떤 팀에도 속하지 않은 와일드카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 준우승으로 이태훈은 상금 225만 달러(약 33억 원)를 받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KPGA 투어에서 9년 동안 활동하며 번 누적 상금 25억8642만4561원을 훌쩍 뛰어넘는 큰 돈이다. 이태훈은 “짧은 퍼트였는데 조금 세게 쳤다. 아드레날린이 올라와서인 것 같다”면서도 “이번주에 정말 잘 친만큼 다음 대회에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