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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식당과 메뉴를 골라 주문하면 내가 있는 장소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배달 라이더'. 이제 우리에겐 친숙한 풍경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배달 라이더를 포함한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약 88만3000명이다. 2021년 66만1000명, 2022년 79만5000명에 이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배달·운전, 가사·돌봄에서부터 정보기술(IT), 교육·상담 등 전문 서비스, 디자인 등 창작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기술 발달 속도에 발맞춰 앞으로도 그 수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 근로자성 인정된 타다 운전기사들플랫폼 종사자는 근로자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들이 곧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가른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노동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수가 약 144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2024년 7월 대법원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대법원이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정면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다. 앞서 나온 2018년 판례에선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부정했었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기존 법리는 유지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해선 "일의 배분과 수행 방식 결정에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복수의 사업참여자가 관여하는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해 판단 요소들을 적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달 라이더에게 사람이 직접 업무를 지시하지 않더라도, 알고리즘이 배차·경로·요금·평가 등을 통제하고 있다면 사실상 지휘·감독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 판단,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어이 판결에 따라 모든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개별 사안에서 플랫폼이 근무 일정, 운행 방식, 보수를 상당 부분 결정하고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같은 '플랫폼 종사자'라 하더라도 노무 제공의 실질이 다르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도 종속성의 한 형태"라는 대법원의 시각은 향후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판례가 개별 사건에서의 근로자성 인정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는 사이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근로기준법에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는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노무 제공자가 종속성 등 근로자성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플랫폼 종사자는 알고리즘 작동 방식이나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워 입증이 쉽지 않은 게 한계였다. 근로자 추정제는 기존의 입증 구도를 뒤집는다.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한 사실만 확인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 측에서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확대 나선 정부아울러 정부는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기본적으로 보호하는 이른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플랫폼 노동자를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분류하는 지침을 마련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여기엔 변수가 하나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은 원·하청 관계의 맥락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지만, 플랫폼 노동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서의 결격 사유로 본 내용(개정 전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삭제함으로써 노조 조직과 가입의 범위를 확대했다. 앞으로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플랫폼 종사자라도 노조 조직과 가입이 허용될 수 있게 된 셈이다. 노란봉투법은 또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 범위에 추가(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했다. 이 조항은 역시 주로 원·하청 관계에 적용될 전망이지만,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 사이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노동법은 새로운 형태의 '일'이 등장할 때마다 근로자 보호의 범위를 넓혀 왔다.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지금의 변화도 그 흐름 속에 있다. 구체적인 보호의 기준과 속도를 두고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은 예측 가능성을 원하고, 종사자는 보호의 실효성을 따진다. 어느 한쪽의 걱정만 옳다고 하기 어렵다.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면, 법적 불확실성이 줄어 모두에게 이로워질 것이다.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기 위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