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SNS를 통해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이란 전쟁이 보름을 넘긴 가운데 이란이 길목을 통제 중인 호르무즈의 유조선 통행 정상화를 위해 사실상 파병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5개국은 호르무즈 봉쇄로 크게 영향을 받는 국가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핵심 동맹국이어서 사실상 동맹국에 참전을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를 받는 국가들은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런 만큼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군함 파견 요청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큰 고민을 안은 정부는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에너지 안보상 필요성과 동맹국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과 중동전쟁 개입에 따른 후폭풍 등 고려해야 할 대목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전쟁 장기화로 이 해협이 지금처럼 계속 봉쇄되면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은 차치하고 공급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전체 산업의 생명줄인 원유 등 에너지원을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운송할 방안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이란으로부터 일부 유조선 통행을 용인받은 중국, 인도와는 형편이 다르다.
정부는 과거 아덴만 해역에 파견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보내 우리 상선을 호위한 전례가 있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행 안정에 기여했다. 직접적인 전쟁 상황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경제·안보상 필요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번에는 원유 수송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 기조를 더 굳건히 하면서 군함 파견 후폭풍은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일본 등 동맹국과의 공조도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