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빌라 '공급 절벽'…서민 주거 안정 흔들린다

입력 2026-03-15 17:30
수정 2026-03-16 00:20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공급 물량이 급감했다고 한다. 빌라는 한때 서울에서만 연 3만 가구 이상 준공돼 아파트와 공급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인 2022년 ‘빌라왕 사태’ 이후 수요자 사이에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했고 공급도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빌라 준공 물량은 2022년 2만2000가구에서 2023년 1만4100여 가구로 감소한 데 이어 2024년 6100여 가구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약 4800가구로 떨어졌다.

빌라 공급이 빠르게 줄어든 데는 공사비 상승 여파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대폭 올라 빌라 건축 사업성이 악화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출해 공표하는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기준 13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전(103.8)과 비교하면 27%가량 뛰었다.

빌라 시장 위축은 전체 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서울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빌라는 30%가량이다. 빌라 공급 물량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빌라 준공 물량은 아파트(4만9000여 가구)의 10분의 1도 채 되지 못했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아 단기 주거 수요를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해왔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월세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작은 빌라에 거주하려는 사회 초년생과 저소득층도 적지 않다. 빌라 공급이 급감한다는 것은 서민 주거 안정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정부는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민간이 건설하기 전에 매입 약정하고, 완공되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신축매입 임대주택도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책정돼야 민간 참여가 늘어나고 주택 품질도 올라간다.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빌라 ‘공급 절벽’을 해소할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