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내 소부장 업체 수는 많지만 규모는 작다.”
“대기업과의 상생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지난 2월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다. 평생을 산업인으로서 살아온 나는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굳게 믿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기반을 늘 조용히 지탱하는 소부장 산업은 더 이상 제조업의 한 영역으로 그치지 않는다. 미래 산업 생태계의 근간이자 기초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려면 현재의 문제를 명확히 알아야 하고, 최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국회가 소부장 기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처음 제정한 시점은 2001년이다. 그런데 무려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소부장 업계 현실은 왜 이리 열악한 것일까. 왜 해외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정치인들과 행정부가 현장을 모르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맡을 민간 소부장협회가 없다면 입법 취지에 반하는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해 8월 소부장협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소부장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협회가 소부장과 관련해 정부 사업 위탁 수행, 연구개발 및 정책 건의, 전문인력 양성, 제도와 법령 개선 연구 등을 하도록 했다. 소부장협회장이 대통령 직속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해 정책 수립에 직접 관여하도록 했다. 그간 해당 위원회에는 소부장 전문가가 없어 관료 중심으로 산업 정책을 만들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를 피하기 어려웠다. 산업계를 직접 대표하는 단체가 정책 수립에 참여해야 현장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까.
나는 국내 소부장을 채택하거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대기업에 보조금,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와 실증 특례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을 압박하기보다는 대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야 선순환적인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래 산업을 위한 정책은 여야나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이라면 큰 틀에서 국가와 사회를 조율하고 전망하는 입장에서 대의를 위한 ‘맞는 말’을 해야 하고, ‘할 말’은 해야 한다. 소부장이 미래 산업 의 기초이고, 소부장협회는 그 시발점이자 필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장 경험과 지식을 반영한 합리적인 제안, 산업계에 필요한 말은 계속 나와야 한다. 여야를 떠나 정치의 가치와 철학이 ‘합리’에 귀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