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전설의 퍼트' 25주년…17번홀 그대로 재현

입력 2026-03-15 17:48
수정 2026-03-16 00:25

전장 125m에 그린을 워터 해저드가 감싸고 있는 아일랜드 홀.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플레이어스 스타디움 코스(파72) 17번홀(파3)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파3홀로 꼽힌다. 그린 자체는 널찍하고 공략 거리도 짧지만, 강한 바람과 그린 위 공을 받아줄 러프가 거의 없어 온그린에 실패하면 바로 물에 빠지는 악몽을 선사한다.

올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이 홀에 새로운 스토리를 더했다. 15일(한국시간) 열린 3라운드에서 이 홀을 2001년 대회 3라운드와 똑같이 세팅했다. 홀컵 바닥에는 ‘TIGER WOODS 2001’이라는 문구와 함께 ‘BETTER THAN MOST(그 누구보다 낫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25년 전 이 대회 3라운드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우승까지 일궈낸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플레이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당시 우즈의 17번 홀 티샷은 그린 뒤편 턱에 멈춰 섰다. 다행히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핀까지의 거리는 약 18.2m, 수많은 내리막 브레이크가 겹쳐 있었다. 당시 대회를 중계하던 NBC의 게리 코크는 “저 자리에서 퍼트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지만 결과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즈의 퍼터에 맞은 공이 구르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은 절묘하게 휘어지며 핀으로 향했고 코크는 “웬만한 선수들보다 낫다(Better than most)”고 평가했다. 이어 공이 결국 버디로 이어지자 그는 “누구보다 나아요, 압도적입니다!(Better than most, Better than most!)”라고 외쳤다.

이날 주최측은 우즈의 ‘Better than most’ 퍼트를 기념하기 위해 당시와 똑같은 자리에 핀을 꽂았다. 그린 앞쪽에서 약 2.5m, 왼쪽에서 2.5m 지점으로, 핀을 곧바로 공략했다가는 물에 빠지기 십상인 자리다. 이날 경기에서 25년 전 우즈와 같은 롱 퍼트는 나오지 않았으나, 캐머런 영(미국)을 비롯해 총 11명이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이 홀에서 통산 11개의 공을 빠뜨린 바 있는 저스틴 로즈(영국)는 이날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반면 리키 파울러(미국)는 이 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며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티샷으로 그린 가운데를 노렸지만 거리가 짧아 물에 빠졌고, 벌타를 받은 뒤 친 샷이 겨우 그린에 걸쳐졌다. 이어 2퍼트로 홀아웃하며 순식간에 2타를 잃고 공동 57위까지 밀려났다. 파울러는 작년 대회까지 17번 홀에서 평균 2.81타를 기록하며 역대 최소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Better than most’ 세팅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