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법카로 생활비 2억 긁었는데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26-03-21 06:00
수정 2026-03-21 07:48

회사의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2년 가까이 법인카드로 자신의 생활비 2억3200만원을 결제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단독(판사 곽여산)은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B의 전 직원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23개월 동안 총 638회에 걸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2022년 1월 19일 경기도 광명의 한 식당에서 결제한 식사비 9만4600원이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이처럼 10만 원 미만의 소액으로 ‘간 보는' 형태였으나, 회사의 필터링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자 범행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후 A씨는 한 번에 무려 350만 원을 긁는 등 대담한 고액 결제를 반복하기 시작했고 23개월간 사용한 총액은 2억3268만원이었다. 횟수로 나누면 회당 평균 약 36만 원을 거의 매일같이 쓴 셈이다.

A씨가 2년 가까이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서류 조작’이었다. 그는 사적으로 카드를 쓰고도 이를 업무 관련 지출인 것처럼 품의서와 기안문을 꾸며 결재를 올렸고, 회사는 이를 검증 없이 그대로 승인했다. 결국 A씨는 2024년 1월에야 꼬리가 밟혀 해고됐다.

재판부는 “법인카드를 회사를 위하여 담당 업무에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사적으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차례에 걸쳐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2억 30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음에도 피해 회복이 거의 되지 않았고, 피해 회사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부정 사용액의 경우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직원은 이를 ‘승인된 관행’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FDS)을 도입해 업무 외 시간이나 비정상적 장소에서의 결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