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흥 연구형 대학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조업 고도화와 첨단 기술 육성 방침에 따라 항공우주·인공지능(AI)·생명과학 연구 등에 특화한 신흥 대학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이같은 신흥 대학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어 지방정부들의 연구형 대학 설립 속도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15일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 간 연구형 대학 설립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폐막한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이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신흥 연구형 대학은 전통적인 대학 교육 체계와 달리 혁신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과 첨단과학 기술 연구에 중점을 두는 신흥 교육 모델을 갖추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높은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 국제화를 특징으로 한다.
중국 정부가 이같은 연구형 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미 지방정부들은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당수 지방정부가 연구형 대학 설립에 뛰어들고 중앙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선 베이징대·칭화대 등 '985대학'(최상위권 명문대) 이외 새로운 진학 선택지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학부생을 처음 모집한 푸젠푸야오과학기술대, 닝보동방이공대 등 신흥 연구형 대학의 입학 성적이 985대학과 유사하거나 웃도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산둥성·지난시가 최근 공동으로 설립 추진 중인 공천정보대는 중국에서 공천정보(항공우주 정보)라는 명칭을 사용한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이다. 위성 정보, 원격 탐사, 항공우주 데이터, 위성 통신, 우주·항공 관측 시스템 등에 특화됐다. 초기 단계에선 이공계 단과대 6곳만 먼저 설립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선전해양대와 정저우항공대 등도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당초 연구형은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이 외지로 나가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설립했다. 설립 과정에서 지역 기업가들이 대거 기부에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과 패권 경쟁이 거세지고 기술 견제가 심화하면서 첨단기술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실험적으로 설립한 연구형 대학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어줬다.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고수준·소규모 엘리트·연구 집약형 조직을 앞세워 설립된 시후대의 경우 응용수학, 물리학, 재료과학, 생명과학, AI에 특화된 연구형 대학이다.
시후대의 교과 과정은 교육과 연구가 일체화돼 학교 전체가 하나의 거대 연구실로 작동한다. 생명과학 단백질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성과를 연이어 발표하는 등 우수한 성과로 최근 2년 새 학생 모집 지역을 크게 확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저장성을 벗어나 상하이, 허난, 광둥, 충칭 등에서 학부생을 모집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메기 효과'(강력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현상)를 위해 새로운 모델·새로운 교육·새로운 인재라는 삼각편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산학·과학기술 교육 융합을 통해 고등교육 개혁에 동력을 제공하겠단 취지다.
베이징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신흥 연구형 대학들은 파격적인 대학 운영 방식과 학생들에 대한 지원, 연구 조직의 형태로 과학기술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며 "산업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유학을 고려하던 엘리트 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딩창파 샤먼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제일재경에 "중국의 인구 규모와 교욱 수요를 감안할 때 현재 연구형 대학은 아직도 부족한 편"이라며 "각 지역과 더 많은 민간 기업가가 연구형 대학 설립에 참여할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