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하며 언급한 ‘모기 함대’에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첨단 이지스함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독특한 해상 전술인 ‘비대칭 전력’의 위협을 분석했다. 트럼프 “공짜 점심은 끝났다”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를 거명하며 다음과 같이 파병을 요구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의 정규 해군과 핵심 자산을 완전히 파괴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수천 척의 작은 ‘모기 함대’를 숨겨두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유조선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이 해협을 통해 공짜로 석유를 얻는 국가들은 이제 자신들의 전함을 보내 이 ‘모기’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도울 것이나, 비용과 위험은 당신들도 분담해야 한다.” ‘작지만 치명적’… 이란의 '비대칭 전력’‘모기 함대’는 이란이 미 해군의 압도적인 전력에 맞서기 위해 구축한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비대칭 전력이란 상대방이 가진 강점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을 때, 상대가 대응하기 까다로운 전혀 다른 수단을 동원해 상대의 약점을 타격하는 전략 자산을 뜻한다. 이란은 수십억 달러짜리 군함 대신, 대당 수천만 원에 불과한 소형 고속정 수천 척을 주력으로 삼아 ‘가성비’ 높은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 이지스함 무력화하는 ‘파상 기습’모기 함대의 진가는 이른바 ‘다수 기습 전술’에서 나온다. 미군의 이지스 구축함은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미사일은 완벽하게 요격할 수 있지만, 사방팔방에서 수십, 수백 척의 소형 고속정이 동시에 달려들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많은 ‘모기’들이 근거리까지 접근해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퍼부으면, 첨단 방어 시스템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거대한 망치로 수백 마리의 모기를 한꺼번에 잡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마치 모기 떼가 표적의 빈틈을 찾아 끊임없이 달려들어 피를 말리는 것과 흡사한 방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덫’이들이 특히 위협적인 이유는 작전 구역인 호르무즈 해협의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폭이 좁고 주변에 작은 섬이 많은 이 해협은 고속정들이 매복해 있다가 기습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란은 이 모기 함대를 통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이 길목을 언제든 봉쇄하거나, 지나가는 유조선을 나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트럼프의 '파병 요구' 배경… "모기 소탕할 호위병 구함"트럼프 대통령이 5개국에 파병을 요구한 핵심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군이 이란의 정규 해군을 타격하더라도, 해안가 구석구석에 흩어진 수천 마리의 ‘모기’를 완벽히 소탕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유조선을 포함한 각국의 상선들을 이 ‘모기’들의 습격으로부터 일일이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군 대신 위험을 감수하며 근접 호위를 맡아줄 우방국들의 호위함과 소형 함정이 대거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현재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할 경우, 우리 군함이 이란 비대칭 전력의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