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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을 공격하면서 에너지 시장에 대한 공급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은 국제 유가가 200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간은 보고서에서 “다음주까지 원유 공급 감소량이 하루 12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은 디젤,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 제품의 심각한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은 하루 60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평균 1900만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IB들은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RBC캐피털은 브렌트유 가격이 3~4주 내 배럴당 128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한 수준이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2008년 사상 최고치인 14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앞서 골드만삭스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경우 유가가 2008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글로벌 원자재 책임자는 “이번 분쟁이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란 전쟁의 예상 지속 시간과 그에 따른 유가 변동에 대한 전망을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이란을 공습한 이후 브렌트유는 41.5%,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7.2% 상승했다. 벤 케이힐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항로나 육로를 통한 일부 불필요한 여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미국 석유 업계는 유가 급등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 제프리스의 분석 결과 미국 석유 기업은 이번 달에만 약 50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할 경우 미국 기업이 원유 생산을 통해 약 634억달러의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서자 SNS에 “미국은 단연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고도 말했다.
다만 석유 기업 실적은 사업 규모와 시추 지역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FT는 “중동 사업 비중이 낮은 미국 셰일 기업에는 지금 상황이 유리하겠지만, 다국적 석유 기업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엑슨모빌은 중동 정세 불안에 가장 크게 노출된 석유 대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엑슨모빌은 올해 전 세계 석유 및 LNG 사업에서 창출할 예상 현금흐름의 20% 이상을 중동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셰브런의 중동 사업 비중은 약 5%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