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 욕조에 들어간 셈"…목숨 걸고 호르무즈 통과한 이유

입력 2026-03-14 20:17
수정 2026-03-14 20:18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일부 유조선이 위험을 감수하고 항해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 그리스 선적 최소 10척과 중국 회사 소속 선박 최소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해운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와 마린트래픽 자료에서 이 같은 항해 사실이 확인됐다.

전쟁 이후 해협을 통과한 한 그리스 선박의 선주는 “위험이 엄청나다”면서도 “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위험이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들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야간 항해를 하는 방식으로 위치 노출을 최소화했다. 해운 업계에서는 이런 항해를 두고 “적군 욕조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선주들이 이 같은 위험한 항해를 선택하는 이유는 전쟁 이후 급등한 운송료 때문이다. 보험료와 선원 임금이 크게 상승했지만 항해 한 번만 성공해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선박 중개업체 자료에 따르면 유조선 소유주의 일일 평균 수익은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선박의 용선료는 하루 50만달러(약 7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며 선박 운항을 독려했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이러한 항해가 선원들의 생명을 건 도박과 다름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을 대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해 최소 16척이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센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사일 공격 위험 속에서도 이 지역에서 원유를 수송해 큰 수익을 올린 사례를 언급하며 최근 상황이 “그 이후에 나온 대담한 항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