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식품업계가 경쟁사 출신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내수 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외부 인재를 수혈해 조직 개편과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데이터홈쇼핑 업체 KT알파는 지난 11일 박정민 전 SK스토아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2024년 말까지 경쟁사인 SK스토아 대표를 지냈다. SK스토아를 비롯해 SK플래닛, SK엠앤서비스 등에서 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지휘한 경험을 높게 평가받았다.
삼립은 9일 정인호 농심켈로그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그는 농심켈로그 대표를 맡고 있는 현직 경영인이다. 기존 내정자의 사임 이후 업계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사를 투입해 조직 수습과 경영 쇄신을 동시에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전문가를 영입해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선임된 이선주 대표는 로레알코리아를 거쳐 엘앤피코스메틱 미국법인 지사장, 유니레버 뷰티·퍼스널케어 한국 총괄 등을 지냈다. 중국 시장 부진과 면세 채널 약화로 실적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사를 스카우트한 사례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7월 CJ그룹 출신 김종열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2018년부터 CJ 4DPLEX 대표를 맡아 특화관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관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경쟁사 출신 인물을 앞세워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사외이사 영입에도 동종업계 전문가 채용이 활발하다. 롯데쇼핑은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박세훈 전 한화갤러리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달 27일 김준 경방 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사 출신 인재 영입이 조직 결속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는 실적 개선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며 “인사 실험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