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한준호 의원이 연일 선명한 정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당 최고위원을 맡았을 당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날 선 공격을 하더라도 당내 다른 계파 인사에겐 가능한 한 비판을 자제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한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 중 대표적인 친이재명(친명)계 주자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의원은 최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공소취소 거래설’과 관련해 여권 ‘빅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 씨를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의혹을 제기한 장인수 전 MBC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도 해당 의혹을 방송한 매체인 김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발언하고 있다.
한 의원은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씨를 향해 “책임감 있게 사과를 하고 나서 재발 방지 조치를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도 “증거도 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런 음모론을 퍼뜨리지 말라”며 민주당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김씨를 비판했다.
한 의원의 비판 이후 다른 친명계 인사들도 김씨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은 SNS에 “해당 방송과 기자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철저한 팩트체크는 기본이었다”고 꼬집었다.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의원도 당이 김씨를 고발하지 않는 데 대해 “국민과 지지자 정서와는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선제적인 ‘김어준 공격’으로 친명계 내 대표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1호 감사패’를 받은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친명계 지지 세력 사이에서는 “찐명(진짜 친명계)은 한준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부 여권 지지층에서는 한 의원이 김씨를 배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의원이 경기지사 내부 경선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자 조급함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인사들도 있다. 지난달 22일 중부일보·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35%로 1위, 추미애 의원이 22%로 2위였으며, 한 의원은 9%로 3위에 올랐다. 민주당 내 친정청래계 한 의원은 “‘이 대통령 픽’으로 주목받은 것을 감안하면 한 의원의 지지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김 지사와 추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준호 캠프는 다양한 경력을 통해 쌓은 그의 경험을 이번 선거에서 최대한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한 의원은 초등학교를 일곱 번 옮길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돈을 벌면서 공부하느라 남들보다 4년 늦게 대학(연세대 수학과)에 갔다. 졸업 후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시황과 통계 분석을 하기도 했으며, 이후 30대에 MBC 공채로 합격해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은 본경선 후보를 세 명으로 추린 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결선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최종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되면 표심이 이동하면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의원이 이번 경선에서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더라도 친명계 내부에서는 대표적인 공격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