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지수 6000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란 전쟁에 5000대로 조정받긴 했지만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30%로 세계 증시 중 최고 수준이다. 뜨거운 열기만큼 벌써 과열과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지난주 불거진 이란 전쟁 이슈와 유가 급등락으로 인해 3월 코스피지수 움직임은 롤러코스터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하락 공포를 자극하기에 좋은 재료가 되고 있다.
이쯤 되면 현재 코스피지수 5500 전후 수준이 적정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코스피지수가 과거의 박스권을 돌파한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올해 크게 늘어나는 기업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유가증권시장 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연간 300조원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심상치 않다. 주요 증권사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만 해도 430조원 내외로 전망되던 올해 예상 이익이 최근에는 580조~600조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슈퍼사이클을 넘어 메가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 투톱 기업의 업황 개선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같은 이익 전망치를 기반으로 코스피지수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해 보면 놀랍게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10배 미만이다. 코스피지수의 장기적인 평균 PER이 10배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재의 높은 코스피지수도 정확히 이익이 증가한 만큼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비약적인 이익 확대와 정부의 포괄적인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특히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주주 권익 강화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유입이 가속화되고 풍부한 유동성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국 시장과 규모가 비슷한 대만 증시는 PER, PBR(주가순자산비율) 모두 우리의 두 배 이상이다. 전체 주주환원율은 한국 시장도 제도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그들 수준에 근접할 것이다. 사실상 모든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준비됐다. 지속성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질수록 코스피 재평가의 시기는 앞당겨질 전망이다. 코스피지수 5000 시대에도 아직 재평가는 오지 않았다. 재평가의 출발점일 뿐이다.
조상현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