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의 디지털 한류 이야기] 군사력보다 더 센 소프트파워

입력 2026-03-13 17:12
수정 2026-03-14 00:14
문화·외교를 통해 한 국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소프트파워가 주목받고 있다.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안정된 민주주의 등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 파워를 통해 대외 무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이에 따른 경제적 상승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美 군사행동, 자국 내 반감 여론 소프트파워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이 2주째 접어드는 시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키워드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단행한 직후 실시한 CNN 여론조사에서 60%이상의 미국 시민들은 이란 전쟁을 반대했다. 군사적 행동을 하기 전에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믿는 미국 시민들 역시 27%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군사력에 의존하는 하드파워가 국제무대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며 외교적인 노력이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올 12월에 세번째로 탈퇴하기로 결정하는 등 소프트 파워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한류’ 영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국가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연관 산업의 수출 증대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 중국은 물론,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도 한국을 모델삼아 자국의 문화산업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는 노력을 단행하고 있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역시 정부와 민간 부분이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국가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소프트파워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한류 열풍을 문화제국주의 현상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로부터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자는 ‘문화 민족주의’ 역시 확대되고 있다. 혐(嫌) 한류를 넘어 보다 제도적인 차원의 경계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서 한국 팬들이 금지된 카메라를 이용해 공연장면을 촬영하면서 촉발된 팬들간 갈등이 한류 콘텐츠에 대한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한류는 때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한류 경계 '문화제국주의' 비판도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는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향이거나, 혹은 국가 주도로 진행될 경우 의도치 않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소프트파워 향상을 위해서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함께 만들고 여러 국가들이 동시에 투자하고 사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등 상생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프트파워를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것은 많은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한류의 미래 역시 전 세계 팬들간 이해를 증진시키고 해당 국가 들과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때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