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 의사, 변호사, 하이닉사

입력 2026-03-19 10:24
수정 2026-03-19 10:41
북새통, 매우 혼잡한 지경을 일컫는 말이다. 3월 어느 기업의 채용 설명회장을 취재한 기자가 쓴 단어다. 기사에 따르면 행사 시작 전부터 문전성시였다. 300석의 자리는 순식간에 채워졌고, 늦은 학생들은 계단과 뒤편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채용 담당자도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고 했다. 예비 하이닉사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26학년도 의약학 계열 수시 지원자 숫자가 5년래 최저였다고 한다. 정시 지원자 역시 전년 대비 32.3%가 줄었다고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선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안이 생겼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많은 학생들이 예비 하이닉사를 꿈꾸기 때문이다.


하이닉사(士) 시대다

하이닉사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인 있으신가? ‘사(士)자’ 들어가는 직업이 하나 더 생겼나? 성급한 독자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씀드린다.

SK하이닉스에 다니는 구성원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선망의 대상이던 ‘사(士)’자 돌림 직업군인 의사, 변호사 등에 빗댄 말이다. 과거에는 안정성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사(士)’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와 구성원들에게 붙여지고 있다.

누군가는 이 별칭이 단순히 연봉이나 처우에 대한 시샘 섞인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바꿔 놓은 세태, 더임코치가 컨피던스 코칭의 눈으로 살펴보면 전혀 다르다. 그것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집단’에 대한 경외심이자, 스스로의 업(業)에 대해 품고 있는 서슬 퍼런 자부심의 발로였다.

코칭의 관점에서 볼 때, ‘하이닉사’라는 명칭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세계를 변화시키는 전문가’로 재정의(Reshaping)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다.

그 뿌리는 치열함이다.

SK하이닉스의 역사는 흔히 ‘언더독(Underdog)의 반란’으로 묘사된다. 최근 발간된 도서 『슈퍼 모멘텀』은 2002년 마이크론으로의 매각 위기를 구성원들이 온몸으로 막아냈던 순간부터, 주당 135원까지 떨어졌던 ‘동전주’ 시절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당시 구성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아오지 탄광’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은 역설적으로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처절한 생존 본능의 다른 이름이었다. 바로 치열함이다. ‘치열함’은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버티는 힘’에서 나온다. 많은 이들이 성공의 비결을 화려한 도약에서 찾지만, 컨피던스 코칭의 핵심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 나를 지탱한 힘’을 발견하는 데 있다.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당시 이름 하이닉스. 그때로 가보자. 하이닉스를 인수한 SK 최태원 회장은 2012년 거의 한 해를 하이닉스 현장에서 살았다. 낮에는 구성원들을 만나 고민을 듣고, 살아갈 혜안을 찾았다. 그리고 밤에는 공부했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낸 SK는 그 모든 것을 한 단어로 압축했다.

바로 치열함이다. 통상 기업을 인수하면 피인수 기업문화는 인수한 기업의 문화와 시스템으로 바뀐다. SK의 선택은 달랐다. SK의 기업문화에 치열함을 이식했다. 반대다.

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 이 치열함은 기업 문화의 DNA가 되었다. 이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남을 탓하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가?”를 먼저 묻는다. 도서 『슈퍼 모멘텀』에서 언급된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 즉 제조의 문제를 개발 단계에서, 개발의 문제를 연구 단계에서 미리 해결하려는 철학은 바로 이 치열한 선제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문제를 뒤로 미루지 않고 내 단계에서 끝내겠다는 독기, 즉 치열함, 그것이 오늘날 ‘하이닉사’를 만든 원동력이다. ‘치열함’이란 코칭의 결과다.

리더는 미래를 봤다

SK는 2010년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외부는 물론이고, SK 내부에서도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한 회의가 많았다. 사실은 걱정이었다. 안정적인 석유, 통신 등의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사이클 사업인 반도체, 그것도 삼성에 밀려 힘을 못 쓰는 하이닉스라니. 안된다.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리더, 즉 최태원 회장은 달랐다. 반도체를 넘어 미래를 봤다. 스마트, 빅 데이터, 4차산업 혁명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AI로 통칭된다. 지금은 AI 시대에 반도체의 역할에 대해 초등학생도 잘 안다. 그때는 달랐다.

리더가 본 미래의 끝에 AI가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 시대의 핵심은 반도체다. 문제는 어떤 반도체일 것이냐였다. 리더는 이것을 봤고, 읽었다. 그래서 반도체 언더독 하이닉스가 SK를 만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시대의 주인공이 된 것은 바로 이 결과다.

하이닉사가 된 두 번째 배경은 치열함의 하이닉스가 미래를 본 SK의 리더, 즉 최태원 회장을 만난 것이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코칭의 중요성이다

‘공정’ 갈망은 열정이 됐다

농담 섞인 하이닉사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성과와 보상이 있다. 2021년 1월 SK하이닉스는 시끌벅적했다. 성과급이 주제였다. 실적에 비해 성과급이 너무 낮다는 구성원들의 불만이었다. 요즘 용어로 ‘공정’에 대한 요구였다.

최근 몇 년간 SK하이닉스는 대한민국 기업 사회에 ‘공정’이라는 화두를 던진 발원지이기도 했다.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던 목소리는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이기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의 피와 땀, 칩(Chip)에 담긴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해달라”는 전문가적 자존심의 표출이었다. 어려움은 치열함으로 다시 버틴다는 각오가 있었다.

SK하이닉스 리더십은 이 요구에 정면으로 응답했다. 최고 경영진이 연봉을 반납했다. 시스템을 개선했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공정함이 담보될 때 열정은 폭발한다’는 진리다.

이 진리는 이들을 다시 책상과 팹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코칭은 바로 이 ‘동기부여의 내면화’를 돕는 과정이다. 외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는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두뇌 활용이 만든 결과다. 공정에 대한 갈망이란 코칭을 만나 열정이 된 결과다.

코칭은 하이닉스 직원을 하이닉사로 거듭나게 해 준 과정과 결과다. 언더독을 탑독(TopDog)으로 만드는 과정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모든 하이닉사들을 응원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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