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갈래요" 역대급이라는데…한숨 늘어난 곳이 [트래블톡]

입력 2026-03-13 21:00
수정 2026-03-13 21:22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공항으로 분산할 경우 향후 5년간 최대 3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 관광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행·관광 산업 전문 민간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방공항 국제선 확대가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 시장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비수도권 공항을 통한 입국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인천·김포 등 수도권 공항을 통한 입국은 약 72%에 달해 외래 관광객 유입이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조가 지역 관광지의 '언더투어리즘'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더투어리즘은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정반대 상황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방한 관광 수요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입국 관문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관광지로의 방문 확산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야놀자리서치는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설악산, 동해안 등 주변 연계 관광 자원을 기반으로 중단거리 저비용항공사(LCC) 유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양양공항은 연간 3만7000편의 항공기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지만, 최근까지 정기 국제선이 운항하지 않는 등 활용도가 낮아 '유령공항' 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양양공항에 주 3회 운항하는 단일 외항사 노선이 개설될 경우 연간 1만8000명의 외국인이 입국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숙박, 식음료, 교통 등 강원 지역 내에서 지출하는 직접 소비액은 연간 약 298억원으로 추산됐다.

노선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경우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중국·일본·대만·베트남 등 주요 인바운드 시장을 중심으로 노선을 확대해 5년 내 7개 시장 노선이 매일 운항 체계를 갖출 경우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약 79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5년간 강원 지역에서 발생하는 직접 관광 소비액은 약 3조2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산업연관분석 모델을 적용하면 생산유발 효과는 약 3조9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1조8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2만여명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지방공항의 역할이 단순한 항공 인프라를 넘어 지역 관광 소비를 확산하는 허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외항사 유치의 궁극적 목적은 공항 흑자가 아니라, 양양을 기점으로 속초·평창·강릉 등 강원 전역으로 관광 소비가 확산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원도 전체를 하나로 묶는 초광역 관광 추진 체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미국 퍼듀대 교수)은 "지방 소멸 문제의 해법은 이웃 지자체의 인구를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를 창출하는 소비 인구 확보에 있다"며 '양양공항을 강원 전역의 관광 자원과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은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관광 구조를 깨고 전 국토를 글로벌 관광지로 변모시킬 국가적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도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지방공항으로 입국 관문을 넓히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공항공사는 지방공항 국제선 확대를 위해 항공사와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무안·양양공항에 신규 항공사가 취항할 경우 착륙료와 정류료 등 공항시설 사용료를 2년간 전액 감면하고, 김해·제주·청주·대구·무안·양양 등 6개 국제공항에서 신규 노선 취항 시 최대 3년, 증편 시 최대 2년간 사용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또 신규 노선 안정화를 위해 노선별 최대 3000만원의 해외 현지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청주·대구·양양공항 연계 여행상품을 운영하는 여행사에는 외국인 관광객 모객 실적에 따라 1인당 최대 2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박재희 한국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지방공항이 정부의 관광 대전환 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만큼 지역 관광의 핵심 관문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