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주택 공급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흥행 공식’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입지나 브랜드에 따라 성패가 갈리던 과거와 달리, 수년간 신규 공급이 끊겼던 지역에서 오랜만에 등장하는 분양 단지가 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n년 만의 분양’ 단지들은 희소성과 지역 내 대기 수요가 결합하며 침체기에도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월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7만 2,685호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1%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2.2%)은 소폭 증가한 반면, 지방(-24.5%)은 큰 폭으로 감소해 지방 주요 도시에서의 신축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향후 입주 물량의 선행 지표로 평가되는 분양 물량 역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분양 물량은 19만 8,373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급감했다. 이 역시 지방이 21.9%나 줄어들며 수도권(-8.0%)보다 큰 감소세를 보였다.
이처럼 공급이 장기간 줄어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수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단 한 건도 없는 ‘공급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지역에서는 오랜만에 공급되는 단지의 희소성은 더 커지고, 실제 수요자들의 관심도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대전 유성구 도룡동이다. 대전의 전통적인 부촌이자 대덕연구단지의 배후 주거지로 꼽히는 도룡동에서 9년만에 공급된 ‘도룡자이 라피크’는 지난 11월 실시된 1순위 청약에서 특별공급을 제외한 214세대 모집에 총 3407건이 접수돼 평균 1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분양한 ‘세종 5-1 L12BL 양우내안애 아스펜’ 역시 3년 만의 세종시 분양으로 주목받았으며, 평균 12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거 만족도가 높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거주민의 생활권 고착도가 높아 외부로 이동하기보다 같은 지역 내에서의 이주 수요가 크게 유지된다”며 “이런 지역에 오랜만에 등장하는 브랜드 신축은 희소성과 대기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때문에, 도룡동 사례처럼 시장을 주도하는 상징적 프로젝트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급 공백지들의 흥행 사례가 이어지면서, 최근 각 지역에서 오랜만에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이 등장해 수요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태영건설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 일원에서 ‘메트로시티 자산 데시앙’을 5월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33층, 총 12개 동, 전용 39~84㎡ 총 125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특히 최근 약 5년 동안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전무했던 마산합포구에 오랜만에 등장하는 대규모 신축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지 바로 앞에 무학초가 위치한 ‘초품아’ 단지로 마산중·마산고까지 도보 통학이 가능하며, 마산고속버스터미널·마산역·서마산IC 등 주요 교통 인프라를 통한 광역 이동이 수월하다. 창원NC파크,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편의시설과 마산의료원·창원제일종합병원 등 의료 인프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세대에서는 마산항을 조망할 수 있고 무학산, 추산근린공원이 인접한 숲세권 입지도 갖춰 쾌적한 주거여건도 돋보인다.
DL이앤씨는 충청남도 내포신도시 RH14블록에서 ‘e편한세상 내포 에듀플라츠’를 분양 중이다. 내포신도시에서 3년만에 공급되는 신규 분양 아파트다. 지하 2층~지상 25층, 9개동, 전용면적 84, 119㎡, 총 727가구 규모로, 민간참여공공분양(전용 84㎡, 605가구)과 일반분양(전용 119㎡, 122가구)이 동시에 공급 중이다.
자이S&D는 경북 상주시에서 ‘상주자이르네’를 분양 중이다. 전용 84~135㎡, 총 773가구 규모로, 상주시에 6년 만에 선보이는 대단지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