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나오자마자 깜짝 놀랐다"…한국 온 외국인들 '감탄' [현장+]

입력 2026-03-28 18:10
수정 2026-03-28 18:11

"이틀 전에는 도봉산을 올랐고, 오늘은 북한산 정상에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삼양로 북한산 등산관광센터 앞에서 만난 프랑스인 디디에 씨(59)는 도봉산 정상에서 찍은 인증샷을 보여주며 이 같이 말했다.

방한 여행을 왔다가 등산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등산관광센터에 방문한 외국인은 총 1만8693명으로 전년(1만2550명) 대비 약 49% 증가했다. 등산관광센터는 등산객 대상으로 등산 정보와 각종 장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업계는 방한 여행에서 한국인의 일상 체험에 나서는 이른바 '데일리케이션'이 확대되면서 등산 수요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쉬워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등산관광센터는 2022년 북한산 입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어 북악산과 관악산에도 센터를 세웠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북한산 센터다. 지난해 이곳 방문객(1만2144명) 가운데 외국인(8677명) 비중은 70%를 넘었다.


이날 방문한 등산관광센터 북한산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에만 외국인 관광객 8팀 정도가 현장을 방문했다. 관광센터 직원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북한산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서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평일에 답사 차 북한산에 올라가 보면 외국인 천지다"라고 귀띔했다.

K-콘텐츠 열풍이 'K-등산'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K-등산의 장점으로 편리성과 접근성을 꼽았다. 디디에 씨는 "서울 산은 핸드레일이 설치가 안 된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프랑스와 달리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등산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디디에 씨와 함께 등산하러 온 조이 씨(53)는 "지금 인사동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데, 북한산까지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지하철역에서 나오니까 바로 코앞이 산이었다. 프랑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산 센터에서 만난 아일랜드인 마크 씨(27)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서울 산은 도심 중앙에 있지 않느냐. 아일랜드 산은 도심과 동떨어져 있어서 자차 없이는 등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마크 씨의 일행인 니브 씨(26)는 "예전에 남산에 가봤다"며 "곳곳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등산하는 데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산 정상에서 바라본 노을이 무척 아름다웠다"며 "그곳에서의 기억이 좋아서 북한산에도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북한산에 등산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등산관광센터 북한산 직원은 "20~30대 외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가 SNS에서 북한산 관련 콘텐츠를 보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신발과 장비를 대여하러 온 싱가포르인 애니 씨(24)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올라온 북한산 관련 콘텐츠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제작한 북한산 관련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여행 인플루언서는 북한산 등산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한국에서 가장 즐겁게 한 활동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북한산 정상에서 찍은 인증샷을 공유하며 등산하기 좋은 코스를 추천하는 콘텐츠가 상당수다.

등산을 목적으로 서울에 여행을 온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애니 씨와 함께 등산하러 온 제이비 씨(24)는 "설악산, 계룡산, 소금산에 가봤다. 북한산은 한국에서 등산하는 네 번째 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는 등산할 만한 산이 없다"며 "한국에 오는 이유가 바로 등산"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등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영대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서울 산은 접근성과 편의시설 측면에서 이미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등산로, 안전 수칙과 같은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