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매크로'에 뿔난 린저씨들…"우리가 직접 잡는다" [이슈+]

입력 2026-03-13 14:55
수정 2026-03-13 14:56

엔씨소프트의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클래식'이 출시 보름 만에 누적 매출 400억원 돌파, 최대 동시접속자 32만명 기록 등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게임 관련 영상 못지않게 눈에 띄는 콘텐츠가 있다. 유저들이 직접 불법 매크로 작업장(조직적 집단) 캐릭터를 잡으러 다니는 이른바 '자경단' 영상이다."엔씨가 못 잡으니 우리가 잡는다"13일 여러 리니지 클래식 관련 유튜버들 영상을 보면 엔씨의 불법 매크로 작업장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며 스스로 이를 잡아내는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버 A씨는 최근 올린 리니지 클래식 관련 영상에서 "엔씨가 매크로를 못 잡으니까 우리가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방법이 알려져 있는데, 가령 리니지 클래식에는 다른 플레이어를 일정 수준 이상 공격하면 캐릭터 이름이 붉게 변하는 '카오틱' 시스템이 있다. 카오틱 상태가 되면 마을 경비병에게 쫓기고 일부 NPC와의 거래도 막힌다. 쉽게 말해 게임 안에서 '범죄자' 딱지가 붙는 셈이다. 다른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하면 이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유저들은 대신 게임 내 도베르만 등 길들인 펫을 앞세워 매크로 캐릭터를 간접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을 택한다.


게임에서 사냥터에 걸어서 들어오는 경우엔 아예 길목을 틀어막는다. "일반 유저는 열어주고, 작업장만 막는" 방식이다. 다른 유튜버들도 '도펠갱어' 몬스터를 이용하는 등 매크로 작업장을 '응징'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들 영상 조회수는 수십만회에 달하며 유저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리니지 클래식은 이용자가 직접 몬스터를 클릭하고 성장하는 수동 사냥 중심의 하드코어 게임이다. 작업장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사냥터를 점령하면 일반 이용자는 자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대량으로 쏟아지는 재화 탓에 아이템 가치도 하락한다. 성실히 플레이한 이용자일수록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엔씨 "150만 계정 제재"에 형사 고소까지 했지만엔씨는 지난달 7일 게임 출시 후 150만개 이상의 계정을 제재했고, 정식 오픈 이후 15차례 이상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용자가 매크로 의심 캐릭터를 직접 신고하면 보상을 주는 '클린 캠페인'도 오는 25일까지 진행 중이다. 운영정책 위반 캐릭터를 실시간 추적해 제거하는 '경비병' NPC까지 필드에 배치했다.

자사의 다른 MMORPG '아이온2'에서는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이용자 10여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등 엔씨도 힘 쏟고 있다. 다만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진 기존 클라이언트를 파고드는 구조상 매크로를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선에서는 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게임법은 불법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즉 매크로를 사는 것도, 쓰는 것도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게임사가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불법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를 제재하는 조항을 신설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같은 해 당시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불법프로그램 개발자, 유통자만 잡았는데,이제는 이용자도 규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도 매크로 이용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제작·배포뿐 아니라 사용 행위까지 처벌해야 작업장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게임업계 볼멘소리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작업장 대부분이 가상 사설망(VPN)과 도용 개인정보를 활용한 해외 조직이라 국내 입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씨는 "계정 제재 등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입되는 비정상적인 플레이가 의심되는 캐릭터들로 인해 유저들께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끼는 불편함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리니지 클래식에서의 모든 운영정책에 위반되는 비정상적인 플레이 행위를 전부 근절하는 날까지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